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이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의 주가가 상장 후 이틀 연속 폭락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주 빅히트 상장 후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사들인 빅히트 주식은 4000억원이 넘는다.
지난 16일 빅히트는 전날보다 5만7500원(22.29%) 급락한 20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마감 직전에는 한때 20만원선이 깨지기도 했었다. 빅히트는 코스피 시장 상장 첫날이었던 15일 장 개시와 동시에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후 상한가)을 기록하며 35만1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결국 시초가(27만원)에도 밑에서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기타 법인’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상장 후 이틀간 순매도한 빅히트 주식은 각각 831억원, 130억원 수준에 그쳤는데, 기타 법인이 순매도한 빅히트 주식은 3091억원어치에 달했다. 기타 법인은 금융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로 분류되지 않는 일반 기업을 뜻한다. 금융 투자를 본업으로 삼지 않는 기업들이 빅히트 청약에 대거 참여했다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하자, 재빨리 손을 털고 빠져나간 것이다.
이들이 판 주식을 오롯이 받은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 개인은 이틀 동안 빅히트 주식 4038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의 빅히트 평균 매수가는 26만3000원대로 16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마이너스 24%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장 첫날 최고점인 35만1000원에 거래된 주식 물량도 약 64만주(225억원)에 육박한다.
당초 전망과 달리 빅히트의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자 ‘빅히트 대박’을 꿈꾸던 개인 투자자들의 속앓이가 이어지고 있다. 한 40대 남성은 “아미(BTS의 팬을 지칭)인 아내가 ‘빅히트는 무조건 뜬다’며 그동안 모아온 5000만원으로 빅히트 주식을 샀는데 벌써 1500만원 넘게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주식 관련 각종 인터넷 게시판도 ‘빅히트 주식을 환불 받고 싶다’는 성토 글이 잔뜩 올라왔다. 한 투자자는 “증시 전문가들이 상장 후 이틀간은 상한가 찍을 것이라 해서 은행에서 대출받아 34만6000원에 3000주 넘게 샀는데 계속 떨어져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전세금 받은 것 잠깐 굴리려고 빅히트 주식 샀다가 전세금을 못 돌려줄 위기에 처했다. 아내는 이혼하자고 난리”라고 했다. “주가 폭락의 원인은 높은 공모가 때문”이라며 “주관사의 공모가 산정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다수 제기됐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빅히트 주식이 앞으로 한달 안에 시장에 대량 풀릴 예정이어서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앞으로 한달 안에 의무보유 기간을 마치고 시장에 풀릴 기관투자자 보유 빅히트 주식은 총 152만7000여주에 달한다. 현재 유통 가능한 빅히트 주식이 약 670만주임을 감안하면 약 23%에 해당하는 물량이 시장에 새로 풀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