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 주가가 상장 후 이틀 연속 하락하며 개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주 빅히트 상장 후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빅히트 주식은 4000억원이 넘는다.
지난 16일 빅히트는 전날보다 5만7500원(22.29%) 급락한 20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빅히트는 코스피 시장 상장 첫날이었던 15일에도 주가가 시초가 대비 -4.44% 하락했다. 공모가가 13만5000원이었던 빅히트는 이날 장 개시와 동시에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며 35만1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내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지며 결국 시초가(27만원)에도 못 미친 2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기타 법인’으로, 이들이 순매도한 빅히트 주식은 3091억원어치에 달했다. 기타 법인은 금융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로 분류되지 않는 일반 기업을 뜻한다. 금융 투자를 본업으로 삼지 않는 기업들이 빅히트 청약에 대거 뛰어든 뒤,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하자 재빨리 주식을 팔아버린 것이다. ‘엔터주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투자 위험이 높은 데다, 향후 빅히트가 BTS 같은 글로벌 가수를 또 배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추가 상승 요인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판 주식을 받은 것은 오롯이 개인 투자자였다. 개인은 이틀 동안 빅히트 주식 4038억원어치를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상장일 이후 빅히트를 산 개인의 평균 매수가는 26만3000원대로 16일 기준 수익률로 보면 -24%인 것으로 추산된다. 최고점인 35만1000원에 거래된 주식 물량도 약 64만주에 달한다.
기대와 달리 빅히트의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자 ‘대박’을 꿈꾸던 개인 투자자들의 속앓이가 이어지고 있다. 한 40대 남성은 “아미(BTS의 팬을 지칭)인 아내가 ‘빅히트는 무조건 뜬다’며 그동안 모아온 5000만원으로 빅히트 주식을 샀는데 벌써 1500만원 넘게 손해를 봤다”고 했다. 주식 관련 각종 인터넷 게시판도 ‘빅히트 주식을 환불받고 싶다’는 불만 섞인 글이 잔뜩 올라왔다. 한 투자자는 “증시 전문가들이 상장 후 이틀간은 상한가(30% 상승)를 찍을 거라 해서 은행에서 대출받아 34만6000원에 3000주 넘게 샀는데 계속 떨어져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전세금 받은 것 잠깐 굴리려고 빅히트 주식을 샀다가 전세금을 못 돌려줄 위기에 처했다. 아내는 이혼하자고 난리”라고 했다. “주가 폭락의 원인은 공모가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공모가 산정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다수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