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로 은행 예·적금, 채권 등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코로나 이후 급등하던 증시도 최근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부동산 투자 회사(리츠·REITs)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리츠는 여러 명에게서 돈을 모아 상가나 빌딩, 물류 창고, 쇼핑몰 등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 등 수익을 올려 배분하는 간접 투자 상품이다. 은행 예금 이자가 연 1%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리츠는 보통 연 4~6%대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분기나 반기마다 배당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 창출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조언을 얻어 리츠의 구조와 종류, 투자 방법,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리츠를 꼼꼼히 정리해봤다.

/그래픽=김성규

◇1만원으로 초대형 빌딩 주인 꿈꾼다

유망 부동산을 사들여 월세를 받고 싶지만 돈이 많지 않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리츠는 매우 좋은 투자처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돼 있는 리츠는 현재 12개가 있는데 주당 가격은 대부분 1만원 미만이다. 1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수천억원대 부동산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모은 부동산 투자 회사(리츠)는 직접 투자를 하고, 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분해준다. 리츠는 과세 소득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지급하게 돼 있기 때문에 배당 비율도 높다.

리츠가 투자하는 대상은 다양하다. 오피스 빌딩, 쇼핑 센터, 아파트, 물류 창고, 데이터센터, 요양원, 병원, 영화관, 카지노, 호텔, 인프라 등이 있다. 대출 담보 채권 및 다양한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에 투자해 얻는 이자 및 자본 차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모기지(Mortgage) 리츠’도 있다. 리츠 종류별 특징을 보면 모기지, 호텔, 리테일 등의 리츠는 비교적 높은 배당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경기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인프라, 데이터센터, 물류 관련 리츠들은 배당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지만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사태로 관련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자산 가치와 임대료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부동산자산협회(EPR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은 약 30조2630억달러로 전 세계 GDP의 38.5%를 차지하는데, 글로벌 리츠(2조430억달러)는 상업용 부동산의 6.8% 수준이다. 글로벌 리츠 시가총액의 국가별 비율을 보면 미국(64%)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어 일본(8%), 호주(5%), 영국(4%) 등이다. 국내 리츠(사모+공모)의 운용 자산 규모(AUM)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1조8000억원으로 2002년 이후 연평균 33.2% 성장하고 있다.

◇세금 꼼꼼히 비교해야

리츠는 증시에 상장되어 있어 돈이 필요할 때 얼마든지 현금화할 수 있다. 국내나 해외 주식을 사는 것처럼 리츠를 주(株) 단위로 살 수 있고, 공모 리츠나 부동산펀드를 담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형태로 사는 방법도 있다. ETF나 ETN을 사면 여러 종류의 리츠나 부동산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리츠 투자 방식을 정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세금이다. 해외 리츠 및 ETF의 세금 부담이 국내보다 높은 편이다. 국내 리츠 및 ETF는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배당 소득에 대해 투자 원금 5000만원 한도 안에서 9.9% 분리 과세(내년까지)가 적용되지만 해외 리츠 및 ETF는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리츠 및 ETF를 매도할 경우 국내 리츠는 비과세(거래세 0.25%)이고, 국내 ETF는 매매 차익에 대해 9.9% 분리 과세하지만 해외 리츠 및 ETF는 양도소득세로 22%를 내야 한다(250만원 기본 공제 적용). 예컨대 투자금 5000만원, 투자 기간 3년, 연간 배당 수익률 및 주가 상승률을 각각 5%, 10%라고 가정하고 투자처별 순이익을 계산해보면 국내 리츠의 투자 수익률(연간 14.02%)이 가장 높다. 세금을 다 내고도 연간 701만원을 벌 수 있다. 이어 국내 ETF(13.11%), 해외 리츠(12.71%), 해외 ETF(12.41%) 순으로 수익률이 좋다. 해외 리츠나 ETF에 투자할 때는 환율 변동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인프라·데이터센터·헬스케어 추천

리츠 투자자는 크게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리츠 투자자 상당수가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지만 안정형 투자자와 공격적 투자자도 있다. 투자자 유형에 따라 추천하는 상품이 달라진다. 먼저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고성장 리츠와 고배당 리츠의 조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증권사들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리츠들 위주로 추천하는 편이다. 미국의 아메리칸타워(인프라), 이퀴닉스(데이터센터), 에쿼티레지덴셜(주거), 메디컬프로퍼티(헬스케어) 등이 인기 리츠다.

아메리칸타워는 19국에 18만여 셀타워(통신 기지국)를 보유·운영하는 글로벌 시가총액 1위 리츠다. 이퀴닉스는 상호 연결 기술력으로 26국에 214개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글로벌 최대 데이터센터 리츠이고, 에쿼티레지덴셜은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 아파트 등에 투자한다. 대신증권 배상영 연구원은 “리츠가 담고 있는 기초 자산, 임대 계약 및 임차인의 특성, 배당 수익률, 향후 자산 가치 상승 가능성, 리츠의 신용 등급에 따른 대출 금리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미국의 에쿼티레지덴셜·메디컬프로퍼티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신한알파리츠(오피스), 미국 아발론베이(주거), 싱가포르 아센다스 리얼에스테이트(복합)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