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수수나 채용 비리 등 비위로 징계받은 금융감독원 직원이 최근 10년간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금융사와 금융시장의 불건전 행위를 감시해야 할 금감원 직원이 오히려 대형 금융 사기에 가담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앞에선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면서 뒤에선 고액 연봉을 주는 피감 기관으로 이직해버리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 스스로 권위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호영(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피해 및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2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금감원 직원 50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 중 가장 많은 15명(30%)은 알선 수재, 금품 수수, 대출 청탁 및 수혜 등으로 사익을 편취했다는 이유로 면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직원은 13명(26%)이었고, 차명 거래를 통해 주식 투자를 하는 등 부적절한 금융 투자로 징계를 받은 직원도 10명(20%)이나 됐다. 이 밖에 음주 운전이 적발되거나 재택근무 중 근무지를 이탈해 마사지를 받아 징계받은 직원도 있었다.

최근엔 단군 이래 최대 금융 사기라는 라임 사태에 금감원 직원이 연루돼 논란이 됐다. 금감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라임자산운용의 ‘돈줄’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금감원 검사 관련 내부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편 올해 상반기 중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은 후 민간 금융사로 이직한 금감원 직원은 16명에 달했다. 2017년 1명, 2018년 2명에 불과했던 금감원의 민간 금융사 이직자는 2019년엔 6명으로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최근 몇 년간 통계를 합친 수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018년 취임하면서 ‘금융사와의 전쟁’을 선언했는데, 직원들은 금감원의 힘이 세진 것을 오히려 민간 회사 취업의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민간 금융사 이직한 금감원 임직원 추이

업종별로는 증권사와 저축은행으로 간 직원들이 각각 7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증권사는 최근 펀드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금감원 감독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부적절한 이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회사로 이직한 금감원 출신들이 당국의 징계를 막는 방패막이나 로비스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금융 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란 보고서에서 “금감원 퇴직자가 피감 기관인 금융사에 재취업한 경우 해당 금융사의 건전성은 개선되지 않지만, 금융 당국으로부터 제재받을 확률은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감원은 재취업 제한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윤석헌 원장은 작년 기자간담회에서 4급(5~6년 차) 이상 직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과하다고 생각하고, 완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윤두현 의원은 “업무 연관성이 높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유착 및 특혜, 감독 부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취업 심사 시 업무 관련성 부문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