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2)씨는 온라인 쇼핑을 할 때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둘 중 하나를 이용해 결제한다. 지문을 입력하거나 비밀번호 여섯 자리만 누르면 단숨에 결제가 끝나기 때문이다. 김씨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어느 신용카드 브랜드를 쓰느냐보다는 어느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고 했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삼성페이 등 국내 빅테크(대형 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간편 결제 시장에 카드사들이 최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페이’ 서비스로 빅테크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간편 결제 이용 규모가 해마다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빅테크 간편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뒷단 브랜드’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페이, 다양한 결제 수단 품는다
간편 결제 서비스란 신용카드·체크카드를 연결해두거나, 은행 등의 계좌에서 미리 돈을 충전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동안에도 카드사들은 ‘○○페이’라고 이름 붙인 간편 결제 서비스를 여럿 운영해왔다. 그러나 주요 카드사·은행 계좌를 모두 연결해 쓸 수 있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과 달리, 카드사 페이는 자사 신용·체크카드만 연결해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상 자사 고객에 한정해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최근 일부 카드사들이 자사 카드 외에도 주요 은행·증권사 계좌 등까지 결제 수단을 넓혀나가고 있다. 범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 관계에 있는 타 금융사와도 적극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신한카드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신한페이판’은 올해 12월부터 모든 은행 계좌를 연결해서 쓸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는 신한카드와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계좌만 연결해서 쓸 수 있지만, 12월부터 모든 은행 계좌를 연동해 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증권사 계좌도 신한페이판에 연동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도 지난 15일 ‘KB페이’를 출시하며 간편 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KB페이도 신한페이판과 방향성은 같다. 현재는 KB국민카드와 계열사인 KB국민은행 계좌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향후 타 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 계좌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인 상태다. KB페이는 금융사 결제 수단 외에 해피머니 상품권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급 결제 분야에서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면 카드사도 간편 결제 서비스로 경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간편 결제 서비스 혁신도 적극적
카드사들은 간편 결제 앱의 부가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NH농협카드는 최근 자사 간편 결제 서비스인 ‘올원페이’를 업그레이드해, 일별 이용 금액과 이용 건수를 보여주는 소비 통계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들을 추가했다. 기술적 부문에서도 혁신을 이루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업계 최초로 신한페이판 ‘터치결제’를 출시했다. 대부분 간편 결제에 많이 쓰이는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결제나 QR코드 인식 방식이 아닌 이미 보급돼 있는 카드 단말기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최근엔 삼성전자의 ‘빅스비’를 활용해 음성으로 터치결제를 실행할 수 있는 ‘보이스 터치결제’ 서비스도 내놨다.
이 카드사들 페이는 기존의 두꺼운 금융사 고객층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가입자도 적지 않은 편이다. 신한페이판은 1255만명, KB페이는 993만명 수준이다. 아직 카카오페이(3500만명)에 비하면 적지만, 카드사들은 앞으로 결제 수단을 확장하면 추가 고객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카드사 페이는 카카오·네이버페이보다 결제 혜택이 작은 편이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결제 금액의 기본 1%를 적립해주고, 네이버통장을 이용해 충전한 네이버포인트로 결제할 경우엔 최대 3%까지 적립해주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알’(금액은 무작위로 결정됨)을 결제 시마다 적립해준다. 그러나 현재 신한페이판이나 KB페이는 상시 제공되는 적립 혜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