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 경제 재건을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진은 2019년 6월 4일 바이든 후보가 뉴햄프셔주의 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현장에서 태양광 패널 옆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로이터 연합

조 바이든 민주당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바이든 수혜주’가 들썩이고 있다.

향후 적극적인 ‘친환경(그린뉴딜)’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한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2차전지, 태양광·풍력에너지 관련 종목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데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급등락하는 ‘바이든 테마주’도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바이든發 ‘친환경 호재’…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주가 급등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배터리 대장주’인 LG화학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94%(1만4000원) 오른 73만4000원에 마감했다. LG화학은 3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이달 들어서만 20% 넘게 올랐다.

LG화학과 함께 ‘국내 배터리 3사’로 꼽히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9일 각각 6.8%, 11.0% 급등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정부 이동 수단을 전기차로 변경하고 미국에 전기차 충전소 5만개를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제조업체에 배터리 등의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오른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향후 5년간 태양광 패널 500만개, 풍력 발전용 터빈 6만개를 설치하겠다”는 공약도 냈다. 이에 따라 태양광발전 관련 기업인 한화솔루션·OCI·KC코트렐·신성이엔지와 풍력발전 업체인 씨에스윈드·동국S&C·유니슨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이날 크게 올랐다.

신성이엔지는 가격 제한 폭인 30% 오르며 4055원에 마감했고, 씨에스윈드(15.5%)와 KC코트렐(10.3%)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인프라 투자 계획은 2조달러(약 2228조원)에 달한다.

◇공약과 관련 없는 테마주는 주의해야

바이든 당선과 사업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엉뚱하게 주가가 뛴 테마주들도 있다. 회사 대표나 임원이 바이든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뛴 것이다. ‘크래미’로 유명한 ‘한성기업’, 자동차 부품 기업 ‘두올’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은 바이든이 올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를 때부터 주가가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델라웨어대와 시라큐스대를 나왔는데 한성기업 임준호(시라큐스대 경제학과) 대표, 두올 조인회(델라웨어대 경제학과) 대표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이 주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

지난 3월 연저점(3090원)을 기록했던 한성기업 주가는 지난 7월 연저점 대비 515%나 상승한 1만900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1만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두올 주가도 지난 3~8월 사이 156%(1655원→4230원) 상승했다가 최근에는 3500원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부양책 합의 지연, 향후 인사 리스크 높아 유의해야"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친환경주를 중심으로 ‘상승 랠리’가 일어났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6거래일 연속(지난 2~9일) 상승하며 7.9%(2267.15→2447.20) 올랐다. 하지만 향후 미국 정치권의 경기부양책 합의, 바이든 행정부 인사 등의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묻지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선 전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부양책 규모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시장에 큰 부담이 됐는데, 앞으로도 상당 기간 관련 협상이 늦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키움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미국 백악관의 대선 불복으로 부양책 협상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고, 상원 결선 투표를 앞두고 민주당이 ‘상원도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양책 관련 양보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며 “추가 부양책이 지연될 경우 가계 및 기업 신용 리스크가 연말에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민주당 내 ‘급진 좌파’로 분류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유력시되고 있는 점도 시장에는 부담 요소다. 평소 기업 규제와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인 워런 의원이 재무장관에 임명되면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