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한 지붕' 아래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두 항공사가 합쳐지면 자산 40조원 규모의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한다. 정부와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정비 부문(MRO)을 떼내서 별도 법인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3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내주 초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을 향후 어떻게 할지 정부 관계부처가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다. 관계장관회의 안건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사전에 조율을 하기 때문에, 이 회의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방안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 자금을 공급하면, 한진칼이 대한항공을 통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선업계를 빅3에서 빅2로 재편한 것처럼 항공업종도 ‘1(One) FSC(Full Service Carrier·대형 항공사)’로 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의지가 강했다”며 “대한항공도 좋은 기회로 받아들였고, 곧 인수 의향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빅딜’은 코로나로 인해 항공길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떠안고 가는 데 부담이 컸던 산업은행과 경영권 분쟁 속에서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 매각이 무산된 뒤 산업은행은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고 재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아시아나에 매달 수천억원씩 들어가는 자금 투입이 부담됐다. 지난 4월에 투입했던 1조7000억원은 모두 소진됐고, 9월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조4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가량을 이미 가져다 쓴 상태다.

더욱이 지난 4월 산은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형 항공사 두 곳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회사를 하나로 합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국적 항공사도 살리고 혈세 낭비도 줄일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회사가 하나로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길이 막힌 상태에서 노선을 정리하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아주 상식적으로 얘기했을 때 좋은 방안이면 정부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정비(MRO) 사업을 외주로 주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고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RO 조직을 떼어내 별도 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MRO는 항공우주사업부에서 맡고 있다. 전체 정비인력을 1900여명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최대 MRO업체인 루프트한자 테크닉에 외주를 주고 있다. 정부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MRO 외주비를 줄이는 것을 급선무로 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정비 부문 조직과 인력을 합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면 국내 상업용 비행기들을 정비하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해보자는 취지로 정비사업 통합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KCGI 주주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회장 입장에선 산은이 우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산은과 한진그룹 계획대로 딜이 진행되면 산은은 한진칼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현재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은 41.1%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주주연합(46.7%)에 밀린다.

그러나 KCGI 측은 산은을 통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경영권 분쟁 중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못하고, 법원에서도 허가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걸면 우리가 99% 이긴다”고 했다. 다만, 타협의 여지는 남겼다. KCGI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채권단과 정부 당국, 한진칼 경영진에게 심도 있는 대화를 요청한다”며 “항공업 구조조정을 통한 사회적 가치와 채권자와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모든 아이디어 방안에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독과점 문제에 대한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사안인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저비용 항공사 자회사 등을 포함하면 국내선 점유율이 50%를 넘겨 독과점 상태다. 그러나 인수·합병이 무산될 경우 기업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회생 불가 기업”이란 측면을 강조해 정부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