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로 태어나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직업 얻었고, 내 신용으로 대출 보태 집 한 채 사겠다는데, 이제 그것도 불법이 됐군요.”
“계층 이동 사다리가 완전히 불타버렸네요. 부모 잘 만나 현금 많은 사람들 말고는 평생 전세·월세살이 확정입니다.”
정부가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고 1년 안에 규제 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을 13일 발표하자, 부동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는 대출을 한 푼도 못 받게 하고, 특정 지역 아파트를 살 때 관할 구청 허가를 받도록 한 데 이어 개인 신용대출 용처까지 손대자 개인의 거주 이전 자유와 재산권 침해가 선을 넘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대책 발표 이후 포털 사이트 부동산 카페 등에는 ‘흙수저들은 더는 집을 살 수 없게 됐다’는 절망감이 넘쳐났다. 한 네티즌은 “20대 대부분을 책상앞에 앉아 공부하며 이제 꿈을 이뤘다. 직장 갖고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온갖 대출 규제가…. 그간의 노력을 나라가 짓밟는 기분”이라고 한탄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서민들은 그저 임대주택만 목 빠지게 기다리거나 월세 살라는 뜻"이라며 "사다리를 모두 뻥뻥 차버렸다”고 촌평했다. “집값 올려 집 못 사게 만들더니 이제는 전세마저 치솟아 신용대출이라도 받아서 막차 타야 하나 생각했는데, 불가능하게 됐다” “기본권이라 생각한 거주 이전의 자유마저 막다니, 과거 독재 정권이 이랬을까 싶다” 등의 의견도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신용대출 규제로 젊은 부부들이 ‘영끌’로 각자 1억~2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아 3억~4억원을 만들어서 집 사는 일이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할 길을 무주택자까지 막아버린 것은 너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무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30일 이후 신규 신용대출부터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남은 2주일 사이에 대출을 받아놓겠다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이번 규제가 개인 차주(빌리는 사람) 단위로 적용되는 만큼, 남편 이름으로 집을 사면서 남편은 1억 미만으로 신용대출을 받고 아내는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아 보태는 식으로 맞벌이 부부가 신용대출을 조절하면 된다는 등의 대비책도 네티즌 사이에서 공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30일까지 들어오는 신규 신용대출 신청에는 금융기관들이 개인 단위로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을 적용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금융기관별 DSR을 적용해왔는데 개인별 규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도 대출액이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