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2)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일상생활에서 몇 가지 변화를 체감했다.

# 예전엔 대로변에서나 가끔 보이던 공유 킥보드가 동네 골목까지 눈에 띄게 늘었다. 귀갓길에 킥보드를 이용하는 주민이 늘었기 때문이다.

# 60대 어머니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해외 직구 대행을 통해 반려견 옷과 장난감 등을 자주 구입하기 시작했다.

# 김씨가 서랍 속에서 잠자던 전자책(e-book) 리더기를 3년 만에 끄집어냈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서 넷플릭스에서 볼 만한 드라마는 이미 다 봤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것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일상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 중 회원이 가장 많은 신한카드가 2400만 자사 회원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올해 소비 및 생활 양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가늠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장재영 상무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전례 없는 형태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호모 코비드(COVID)쿠스'라는 새로운 인류가 등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노년층·영유아 가족, 이동 크게 줄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들의 소비 반경은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이를 추정하기 위해 회원들의 ‘소비 동선’을 산출해 작년 4월과 올해 4월을 비교했다. 4월을 선정한 이유는 작년과 올해 휴일 편차가 가장 적은 달이기 때문이다. 해당 월에 카드 회원이 결제한 오프라인 매장 위치를 모두 찍어 놓고, 결제 순서대로 매장 사이의 이동 거리를 합산해 소비 동선을 산출했다. 그 결과, 작년 4월 회원들의 평균 소비 동선은 186.8㎞였는데 올해는 140.7㎞로 25%나 줄어들었다. 소비 동선 감소폭이 가장 큰 고객군은 건강에 특히 민감할 수 있는 노년층과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족, 그리고 싱글이었다. 노년층은 102㎞에서 75㎞로 27% 이동을 줄였고, 영유아 자녀 가족은 207㎞에서 152㎞로 26% 줄었다. 소비 동선이 가장 큰 싱글은 224㎞에서 165㎞로 26%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평균 결제 건수는 작년 4월 18.3건에서 올해 4월 16.5건으로 10% 감소했다.

◇안락한 ‘집콕’ 생활에 투자했다

이동이 줄면서 집은 소비 활동을 하는 주된 장소이자, 소비의 대상이 됐다. 특히 집을 꾸미고 안락하게 만드는 데 돈을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인테리어 제품 및 서비스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업종 가맹점의 올해 1~9월 누적 결제액은 작년 1~9월 대비 196%나 급성장했다. 음식 배달 업종(82% 증가)이나 식자재 배송 업종(113% 증가)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연령별로 보면 20대(115% 증가), 30대(189% 증가)보다는 40~60대에서 인테리어 업종 소비가 350% 이상씩 성장했다. 외출 대신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업종 결제액도 같은 기간 40% 증가했으며, 전자책 업종 결제 규모도 32% 늘어났다. 또한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소비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생과 건강에 민감해져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위생과 건강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졌다. 특히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감염을 우려해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버스 등 대신 짧은 거리는 공유 킥보드·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올해 1~9월 공유 킥보드·자전거 업종 결제 금액은 작년 동기 대비 234%나 폭증했다. 이용 회원 수 역시 20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 식품 전문 쇼핑몰 이용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결제 회원 수는 11.7 %늘었고, 결제 금액은 16.1% 증가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올해 살균 램프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정기적으로 영양제를 배송받는 구독 서비스나 가정 방문 방역 같은 서비스들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백신 나온다고 끝날 변화 아니야

코로나 백신이 나오고 사태가 종식되면 이러한 변화가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일까. 오프라인 매장 매출도 저절로 회복될까. 연구소는 언택트(비대면) 소비와 각종 중개 플랫폼을 통한 구매의 편리성을 경험한 연령층이 50·60대로 확대돼 앞으로도 변화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앱 이용은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배달 앱 월별 결제액은 작년 말 889억원에서 올해 6월 1053억원, 9월에 1444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온라인 쇼핑 월별 결제액도 작년 말 1조3837억원에서 올해 6월 1조4568억원, 9월 1조5829억원으로 상승 추세다.

장재영 상무는 “규모가 영세한 가맹점일수록 이러한 언택트 소비 중심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 올해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업체 등은 ‘호모 코비드쿠스’에 대한 접근 방식을 새롭게 고민해야만 코로나가 불러온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