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업체인 솔브레인 홀딩스는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 내 오피스 건물을 1억6000만달러(약 1800억원)에 매입했다. 회사 측은 “임대수익 목적으로 단순 투자 차원에서 취득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아마존 물류센터 3곳을 약 2000억원에 인수했고, 국민연금도 지난 5월 뉴욕 맨해튼에서 재개발 중인 건물 지분을 절반가량 인수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연기금, 보험사, 상장사 등 한국 투자자들이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15억6000만달러(약 1조7250억원) 규모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2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26%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 중 한국인 비중은 8.6%로 캐나다와 독일에 이어 3위가 됐다. 작년에 10위였던 순위가 수직 상승한 것이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뉴마크의 알렉스 포세이 국제투자 대표는 WSJ에 “아마존이 세 들어 있는 시애틀의 오피스타워를 6억달러 이상 가격으로 매각 진행 중인데, 총 입찰 12건 중에 4건이 한국에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WSJ는 “최근 수년간 중국 투자자들은 금융 통제로 미국 투자를 크게 줄이고 있고 다른 외국 기업들도 코로나 우려 때문에 거래를 줄이고 있는 반면, 한국인의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 투자가 과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고위험 해외 부동산 최대 손실 예상액은 46조원에 달한다”면서 “상업용 부동산은 코로나에 특히 취약한 만큼, 장기화되면 손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도 “코로나로 재택 근무가 확산되면서 도심 상권이나 주택 등 기존 유망 부동산 가격도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지금과 같은 속도로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 환차손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