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같은 사모펀드처럼 비리가 없는지 금융 당국에 수사를 의뢰해야 합니다.”(직장인 강모씨)

지난 2013년부터 연금 저축 보험에 가입해 왔던 회사원 강모(47)씨는 최근 대형 손해보험사에서 보내준 수익률 안내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다가 화가 났다. 지난 7년간 원금을 3720만원 냈는데, 수익은 고작 152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7년간 누적 수익률은 4%로, 연간으로 따지면 0.6%도 안 된다.

연금저축 적립금 현황

강씨는 “금리가 낮다는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도 연간 수익률이 최소 1%가 넘는데, 어떻게 누적 수익률이 이렇게 낮을 수가 있느냐”며 “올해 수익률도 연 0.43%밖에 안 되는데, 라임이나 옵티머스처럼 운용 자산이 부실하지 않다면 이렇게 엉망일 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보험사 측은 “연금 저축 보험은 상품 구조상 가입 기간이 10년 정도 지나야 공시 이율(현 기준 1.57%) 정도의 수익이 나온다”면서 “현재 0.43% 수익률은 부진한 것이 아니며 보험 업계 평균을 웃도는 상위권”이라고 해명했다.

노후 대비용으로 가입하는 연금 저축 보험의 성과가 부진하면서 고민에 빠진 회사원들이 늘고 있다. ‘오래 묵히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가입했건만 오히려 노후 불안감만 키우는 농사가 되고 있어서다.

연금 저축 보험은 연금 저축 가입자 10명 중 7명꼴로 선택하는 ‘대세’ 상품이다. 원금 손실 위험이 없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대다수 직장인이 선택해 왔다. 하지만 초저금리 충격파에 연금 저축 보험의 성과가 크게 부진해지면서 은퇴 후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 대비용인데 0%대?” 월급쟁이들 멘붕

연금 저축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대부분 연금 저축 보험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원래 연금 저축은 연금 저축 신탁(은행, 신규 판매는 중단), 연금 저축 보험(보험사), 연금 저축 펀드(증권사)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정부의 세제 혜택에 힘입어 연금 저축의 적립 규모는 작년 말 143조4000억원으로, 2018년보다 8조2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그런데 최근 연금 저축 생태계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연금 저축에 가입해 방치하지 않고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서 적극적으로 증식해 보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연금 저축 보험 적립금은 2014년 이후 5년간 증가율이 37.5%였는 데 비해 연금 저축 펀드는 같은 기간 123% 급증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연금 저축 펀드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어서 두려움을 갖기 쉽지만, 10년 이상 장기로 투자한다면 다른 상품 대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금 저축 펀드의 2018년 한 해 수익률은 -14%로 매우 부진했지만, 2001~2017년으로 기간을 길게 늘려 보면 평균 수익률은 6.32%로 비교 대상군 내에서 가장 높았다.

◊50대에게 한층 유리해진 연금 저축

물론 연금 저축 보험의 장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생명보험사의 연금 저축 보험은 종신형으로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사망할 때까지 기간에 상관없이 계속 연금을 주기 때문에 오래 살수록 소비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사고나 질병으로 일찍 사망하더라도 ‘최저 보증 기간’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에는 연금을 보장해 준다.

수익률 고민 없이 만기까지 가져간다면 원금은 보장받으니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급전이 필요해서 만기 전에 연금 저축 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연금 저축 상품에 비해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했던 강씨의 경우, 7년 동안의 총 납입액이 3720만원이지만 지금 해지하면 돌려받는 금액이 3500만원 정도다. 상품 구조상 초기에 사업비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세액 공제를 받았다면 중도 해지 시 기타소득세(16.5%)를 내야 해서다.

연금 저축은 직장인 입장에선 300만~400만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쏠쏠한 상품이다. 5500만원 이하 근로자가 400만원을 연금 저축에 넣으면 66만원(16.5%)을 돌려받는다.

만 50세 이상 직장인에겐 매력도가 더 높아졌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만 50세 이상 가입자의 연금 저축 세액 공제 한도가 200만원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단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나 종합 소득 금액이 1억원, 총급여 1억2000만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제외된다.

만약 현재 가입 중인 연금 저축 보험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해 갈아탄다면 계약 이전을 하면 된다. 다른 연금 상품으로 계약 이전하면 해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전 절차도 예전에 비해 크게 간소화됐다. 옮기려는 금융회사 한 곳만 찾아가면 된다. 지난해에만 연금 저축 계좌에서 9400억원 규모 자금 이동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