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빠(삼전 주식과 사랑에 빠진 투자자), 오늘 찐행복합니다.”(회사원 이모씨)

3일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한때 7만 고지에 올라서자, 175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소액 주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7만500원까지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0.29% 오른 6만9700원에 마감했다.

3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0.76% 오른 2696.22로 마감해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스닥 지수(907.61)도 연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약 2년 반 만에 1100원 밑으로 떨어진 1097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환율이 표시된 모습. /이태경 기자

SK하이닉스 역시 장중 처음으로 11만4500원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하이닉스 주주들은 “드디어 십이닉스(주가 10만원대+하이닉스)가 됐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인수 효과가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면서 “코스피 시가총액의 2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같은 날 동시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은 내년도 강세장을 짐작하게 하는 좋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인 거래 비율이 88%가 넘는 코스닥 역시 종가 기준으로 900선을 돌파하면서 연중 최고점(907.61)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900선을 뚫은 것은 지난 2018년 4월 17일 이후 처음이다.

내린 것은 환율뿐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하락한 1097원으로 마감하면서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달러 약세 영향이 컸다.

◇반도체 빅2, 지붕 뚫고 하이킥

반도체 빅2의 주가 상승은 앞으로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도화선이 됐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 1일 펴낸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앞서 6월 제시했던 3.3%에서 5.1%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매출 전망도 6.2%에서 8.4%로 올려 잡았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80억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이달 초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내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도 호재였다. 마이크론 주가도 이달에만 8% 가까이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삼성전자 주식을 1조4000억원어치 쓸어 담으면서 주가 상승에 불을 붙였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외국인 ‘바이 코리아'의 선봉장”이라며 “실적 회복세는 물론, 기업 가치 매력, 주주 환원(배당) 정책 등 3박자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 주가 평균은 7만8883원이다.

반도체 빅2의 신고가 행진으로 코스피 지수도 이날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코스피 지수는 이날 2696.22에 마감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

비상하는 빅2 주가에 개미들의 주식 계좌 잔고도 쑥쑥 불어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삼성전자·하이닉스 규모는 총 7조6400억원에 달한다. 코스피 전체 순매수 금액의 18%다.

◇환율은 2년 반 만에 최저… 1000원대 진입

주가와 반대로 환율은 자고 일어나면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지난봄 코로나 1차 대확산 때 일시적으로 달러 사재기가 일어나며 한·미 통화스와프까지 체결됐지만, 이후 미국이 3조달러(약 3300조원) 넘는 돈을 풀면서 지금은 달러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후 ‘달러 약세-나머지 통화 강세'로 방향을 틀었고, 11월 이후로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 당선에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이 겹치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 속에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달러를 버리고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 달려가는 현상이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세계 주요국 통화 중에도 원화 가치는 유독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중순 달러당 1285.7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3일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며 17% 넘게 절상됐다(원화가치 상승). 호주 달러나 노르웨이 크로네 같은 원자재 수출국 다음으로 강한 상승세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경제지표가 양호하고,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그에 따른 글로벌 투자 심리가 개선된 점도 있으나 일부 쏠림 현상도 더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원화 강세를 예상한 투기 세력의 베팅도 일부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이 10년여 만에 최대 폭인 98억7000만달러(약 10조8000억원) 늘어났는데, 이 중 일부는 외환 당국이 급격한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서 사들인 달러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연말까지 1050원 수준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자금시장영업부 연구위원은 “대내외적으로 달러 약세-원화 강세 요인만 많다”면서 “그렇다고 당국이 손 놓고 있을 가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수출과 경상수지 지표가 좋지만,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빼고 본다면 나머지 수출 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등 주요 IB(투자은행)는 내년에 달러화 가치가 추가로 5~20%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