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코스피지수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51% 오른 2745.44로 장을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같은 5거래일 연속 신기록 경신 행진은 지난 201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2400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13~24일까지 8거래일 연속해서 최고치를 뛰어넘는 놀라운 상승 랠리를 이어갔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44% 올라 926.88에 마감했다. 지난 2018년 1월 29일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이런 초강세 축제 분위기에도 웃지 못하고 오히려 눈물을 삼키는 투자자들이 있다. 한국 증시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투자자들과 한국 자산을 처분하고 해외로 넘어간 원정 개미들이 대표적이다. 주가 하락분의 2배로 수익률이 결정되는 이른바 ‘곱버스’ 상품은 한 달 동안 30% 넘게 빠졌고, 최근 한 달 동안의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7.8%)은 한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15.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코스피 2700 뚫었지만 연일 하락에 베팅

“10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어) 속았잖아요. 늑대다!라고 외쳐도 아무도 모이지 않겠죠.”(대형 증권사 A 부장)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주가가 꺾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조7836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는 한편 주가 하락의 2배 수익을 노리는 ‘곱버스'라고 불리는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에는 7448억원을 넣는 등 주가 하락 베팅형 상품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12월에도 개인들은 연일 곱버스에 올라타면서 1897억원 넘게 투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강세를 보이면서 개별 종목에서 수익을 많이 낸 개인들이 지수 하락을 예상하고 인버스나 곱버스 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실물 경기가 나쁘니 주가는 내릴 것이라고 예상해서 하는 행동인데, 시장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실물 경기가 나빠져서 각국이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런 유동성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 가격을 올리는 곳에 집중되고 있어 급격한 하락이 오긴 힘들다는 것이다. 이한영 D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과거에 시가총액 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상승하면 나머지 주식들은 하락하곤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유동성이 풍부해 그럴 일은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오히려 삼성전자 초강세로 지수가 잘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1개월 성과는 코스피가 G20 중 1위

최근 한 달 동안 투자 성과는 국내 주식이 해외 주식을 크게 앞질렀지만 돈은 여전히 탈출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3%로, 주요 20국(G20) 중에서 가장 높았다. 3만 선을 돌파한 미국 다우지수(6.7%)나 30년 만에 최고치라는 일본 닛케이지수(10%), 전 세계 2위라는 중국 상하이지수(4%) 등 주요국 증시를 크게 압도하는 성과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수익률도 24.3%로 상당히 좋았다. 아르헨티나(31.3%)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2021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5~6%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성장을 주도할 곳은 인도, 중국과 같은 신흥국”이라며 “한국 역시 세계 경제가 V자형 반등을 할 때 수혜를 입을 산업들을 앞 두 나라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초 산업과 자동차, IT, 선박 등 내구재, 2차 전지와 바이오 등 첨단 신산업까지 포트폴리오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 달리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최근 한 달간 총 3조314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로는 6602억원이 유입됐다. 신규 유입액은 그동안 성과가 좋았던 북미 주식과 글로벌 주식형 펀드로 주로 집중됐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외 주식에선 직접투자 경험이 펀드 매수와 같은 간접투자로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주식에선 아직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