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준 시중 통화량이 3150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집사랴, 뛰는 전세금과 코로나 생계자금 대랴, 또 주식투자 하랴 개인과 자영업자들이 막대한 대출을 일으키면서 시중 통화량이 사상 최대치를 매달 경신 중이다. 초저금리로 예·적금에 넣어둘 곳도 마땅치 않자, 통화량이 단기자금화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통화 및 유동성' 통계를 보면 10월 협의통화(M1)는 1135조2000억원, 광의통화(M2)는 315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전월에 비해 M1이 1.5%, M2가 1.1% 증가한 것이고, 전년동월대비로는 M1이 27.8%, M2는 9.7% 늘어난 기록이다. M1의 전년동기대비 증가폭은 2002년 5월(28.4%) 이후 18년 5개월 만에 가장 높다.
M1은 민간이 보유한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좁은 의미의 통화를 말한다. 한국은행은 “10월 M1이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인 것은 9월 말 지급된 추석 상여금이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에 상당량 남아있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추석상여금 효과뿐만 아니라 여러 목적으로 대출을 일으켰지만 갈 곳 없이 수시입출식 통장에 넣어둔 돈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M1에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 예·적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현금으로 바꾸기 쉬운 금융상품 잔액을 합친 M2, 즉 ‘시중 유동성’도 한 달 사이 34조7000억원이 늘어나며 3150조원을 넘어섰다. 10월 M2 증가폭은 지난 5월(35조4000억원) 기록한 역대 최대치 이후 두 번째로 큰 것이다.
시중 유동성은 코로나 대출이 폭증했던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달 수십조원씩 불어나고 있다.
시중에 돈은 넘치지만, 돈이 소비·투자 등 실물경제로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저 통장에 잠자는 ‘돈맥경화’ 상황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공급했을 때 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9월 기준 14.6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