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한미사이언스, JW중외제약, 오킨스전자, 넥스틴, 조이시티….

이달 들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며 무상증자를 발표한 기업들이다.

무상증자(이하 무증)란, 주주에게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주주 입장에선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더 많은 주식을 가질 수 있으니 호재다.

무상증자를 공시한 상장사 수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무증을 발표한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들은 모두 72곳에 달한다. 작년 한 해(54곳)와 비교하면 33% 늘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무증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더 늘고 있어 최대 100곳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무증은 한쪽 주머니(잉여금)에 있던 돈이 다른쪽 주머니(자본금)로 단순 이동하는 것이어서 기업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면서 “특히 무증은 액면분할과 달리 자본금이 실제로 증가하므로 같은 이익을 올려도 무상증자 비율만큼 PER(주가수익비율) 등이 올라가고 기업의 내재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증 이후 PER이 올라가게 되는 까닭은 투자자들이 무증을 호재로 인식하여 주가는 오르는 반면, EPS(주당순이익)는 하락하기 때문이다(PER은 주당주가를 EPS로 나누는 방법이 더 정확하다). 발행주식이 늘어나니까 이익을 나누는 분모가 커져서 EPS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증을 한 기업들의 1년 이상 장기 주가는 대부분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고 편 부부장은 덧붙였다.

◇무증 공시 한 줄에 20% 상승

지난 14일 코스닥 상장업체인 조이시티는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증을 실시하겠다고 공시했다. 무증 소식이 나오자마자 조이시티 주가는 로켓처럼 치솟아 전날보다 23.5% 상승한 2만7600원에 마감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올라 17일 종가는 3만600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무증을 발표했던 박셀바이오 역시 당일에만 주가가 20% 넘게 올랐다.

최근 쏟아지는 무증은 주식 시장에 떠돌고 있는 엄청난 유동성 효과를 노리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자본은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나뉜다. 무증을 하는 기업은 잉여금(여유자금)으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으로 옮기고, 그 과정에서 발행한 주식을 주주들에게 나눠준다. 무증으로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가가 낮아지는데, 이때 착시 효과가 생기면서 주가가 싸 보이게 된다.

예컨대 A기업의 총 주식 수가 10주이고 가격이 1만원이라면 시가총액은 10만원이다. 무증으로 주식 수를 20주로 늘리게 되면, A기업의 주가는 5000원으로 조정(권리락)되며 시총은 10만원으로 무증 전과 똑같다. 무증 전후의 기업의 가치는 변함이 없지만, 숫자상으로는 주가가 싸 보이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화폐 단위를 낮추면 물가가 오르는 것처럼, 무증 이후에 권리락으로 주가가 낮아지면 숫자상 싸보여서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증 발표 후 보름 전후에 팔아라?”

“(친구가) 무상증자하는 회사에 투자해서 하루에 100만원 벌었다는데,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요즘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증 투자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무증 공시 후에도 매수해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무증 공시 한 줄에 주가가 상한가까지 급등하는 사례도 나오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무따(무증 주식 따라잡기)도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무증을 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의 주가가 계속 오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코스닥 상장사들은 총 454차례 무증을 했는데 무증 발표 후 14일째가 되던 날의 누적 수익률이 7%로 가장 높았다. 무증 발표를 듣고 해당 주식을 단기 투자 목적에서 샀다면, 보름 전후 팔았을 때의 평균 수익이 가장 높았다는 얘기다. 이후에는 계속 주가가 빠져서 무증 발표 후 한 달이 지나면 사실상 본전치기에 그쳤다.

주식 전문가 박민수(필명 샌드타이거샤크)씨는 “무증 전에 정보가 새어 나가서 세력이 미리 사뒀다가 주가가 급등하면 털고 나가는 사례도 종종 생긴다”면서 “무증 이슈로 주가가 단기간 급하게 올랐다면 기업 가치에 비해 비싸게 사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증 발표 이후 무증이 실제로 이뤄지는 날까지 약 2~3주 시차가 있는 만큼, 주가가 횡보하는 구간에서 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