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부채가 처음으로 50대를 앞섰다. 17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30대인 가구의 평균 부채가 지난 3월 말 기준 1억82만원으로 집계됐다. 50대가 가구주인 집 평균 9915만원을 앞질렀다.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가장 부채가 많은 연령대는 40대(1억1327만원)였다.
부채가 늘어난 속도(증가율)는 30대가 전 연령대에서 단연 높았다. 작년보다 13.1%나 늘었다. 20대가 8.8%로 둘째였다. 50대와 40대는 6%대였다.
헛발질을 거듭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치솟자 2030세대가 집을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에 나섰다는 것이 숫자로 드러난 것이다.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서 주가가 역대 신기록을 경신하자 2030세대가 ‘빚투(빚을 내 투자)’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증권사에선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신규 계좌의 절반이 2030세대가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빌려주는 신용 융자 잔액은 최근 19조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2030세대가 빚더미를 지고 인생을 출발하게 만드는 지금 같은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전체 가구 평균 부채는 8256만원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하며 처음으로 8000만원을 넘었다. 그러나 저축액은 7632만원으로 작년(7873만원)보다 3.1% 줄어들었다. 빚은 늘어나고 저축은 줄어들면서 부채를 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3~4월 전국 2만가구를 대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