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7%.

지난 7일 서울 증시에 데뷔한 명신산업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오늘 종가에 팔았다면 손에 쥐었을 수익률이다. 공모가 6500원이었던 명신산업은 21일 5만1800원으로 마감해 올해 상장한 새내기 기업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뽐냈다.

지난 1982년 설립된 명신산업은 강판을 고온으로 가열한 후 급속 냉각해 모양을 만드는 핫스탬핑 공법을 토대로 차체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 금액 1000억 이상인 빅딜 중에서 상장 11일 만에 700% 가까이 뛴 상장 기업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 미래에셋대우 이사는 “북미 톱 글로벌 전기차 협력 업체라는 점과 글로벌 국부펀드도 수백억 규모로 청약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수세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 공모주 활황 속에서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새로 입성한 상장사는 코스피와 코스닥 합쳐 모두 67곳이었다. 67사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21일 기준으로 평균 76.3%에 달했다.

/그래픽=양인성

697% vs -40%, 수익률 천차만별

주식 투자자들은 계좌에 100% 수익률을 찍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그런데 공모주 투자에선 100% 수익률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올해 상장한 기업 67곳 중 수익률 최우등생은 명신산업이었고, 2위는 박셀바이오(613%), 그 뒤는 포인트모바일(285%), 인바이오(273%), SK바이오팜(261%) 순이었다. 이 기업들을 포함해 수익률 100%가 넘는 곳이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공모주 투자 대박 사례가 잇따르면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선 ‘공모 부대'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공모주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모주 분석 전문가들을 따라다니면서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공모주에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공모가 대비 21일 종가 기준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곳은 전체의 80%인 54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0%는 공모 투자자들이 오래 보유하고 있을수록 손해를 봤다.

올해 개인들을 배신한 공모주 1위는 미세 칫솔모 업체인 비비씨(-40%)였다. 비비씨는 지난 9월 21일 공모가 3만700원에 상장했는데, 21일 종가는 1만8500원이었다. 젠큐릭스, 에이플러스에셋, 엔피디도 상장 이후 계속 하락해 21일 기준 공모가 대비 -20%가 넘는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카카오 3형제 등판 예정... 거품 지적도

그렇다면 내년 기업공개(IPO) 시장 전망은 어떨까. 이상범 리코자산운용 대표는 “공모주 열풍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유동성은 풍부한데 금리는 낮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초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는 한, 내년에도 이런 공모주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내년 공모주 시장에선 카카오 3형제(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 3형제는 현재 모두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 IPO 절차에 들어갔다.

카카오페이가 내년 상반기 중 공모 과정을 시작하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지가 내년 하반기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보는 기업 가치는 카카오뱅크 6조~40조, 카카오페이 7조~10조, 카카오페이지 2조~4조 등으로 모두 조 단위가 넘는다.

맏형 격인 카카오뱅크는 현재 장외시장 시가총액이 30조원이 넘어 기존 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할 때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크다는 KB금융지주(18조8000억원)보다도 카카오뱅크 시총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였던 예스24가 지난주 카카오뱅크 지분을 주당 2만5000원으로 계산해 매도했다”면서 “현재 장외가가 8만5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분의 1 수준에서 처분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