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으신 분이 투자한 종목들은 꼭 살펴봐야죠.”(수퍼개미 A씨)
1년마다 한 번씩 발표되는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는 A씨 같은 수백억 수퍼개미도 꼭 체크하는 보물창고다.
A씨는 “높으신 분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라하면 좋지만, 주거나 세금 등 여러 여건상 현실에선 쉽지 않아 재미로만 본다”면서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투자한 주식 종목들은 빈틈없이 살펴보고 가끔은 따라 사기도 한다”고 했다.
“고위 공직자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정보력을 갖고서 종목을 선정하죠. 재산 공개까지 해야 하니 부담이 매우 큰데, 그래도 과감히 투자했다고 하면 참고할 만하죠.”
A씨는 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주식 장기 투자법에서 일반인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칭찬했다. 강 장관이 연희동 자택의 앞마당을 자녀에게 증여해서 절묘하게 절세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주식 투자에서도 최강 고수의 스멜이 느껴진다고 하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고위 공직자 재산은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에서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6월 취임한 강 장관은 2017년 9월에 재산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강 장관이 공개한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200주였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200주였다.
그런데 2019년 3월 재산 공개에서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긴다. 삼성전자 보유 주식 200주는 액면분할로 1만주가 되고 신고된 평가액은 3억8700만원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주당 가격이 높아 한 주 사기도 어려운 ‘황제주'였지만 지난 2018년 4월에 50대1 액면분할을 시행했고 이를 계기로 국민주가 되면서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지난 24일 역사상 최고치인 7만7800원에 마감하자, 증권가에선 강 장관의 삼전 사랑이 다시 화제가 됐다.
전업 투자자 K씨는 “강 장관의 삼전 사랑이 유별난 것 같은데, 1만주를 지금도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24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액이 7억7800만원에 달한다”면서 “그 동안 매년 삼전 배당금으로 1416만원(세전)을 받았을 테고, 자본차익도 2019년 재산 공개 시점 대비 4억원 정도를 거뒀으니 대단하다”고 말했다.
주식을 매수하면 단기 매매에 휘둘리지 않고 워렌 버핏처럼 장기 보유해야 하며, 동시에 배당금과 시세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투자의 정석을 강 장관이 그대로 실천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위 공직자 후보 중에서 보유 중인 주식 종목들이 화려해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는데, 내부 정보가 많은 공직자라면 삼성전자 같은 주식은 사지 않을 것”이라며 “주식 초보이면서 본업이 바쁜 투자자는 이것저것 샀다 팔았다 하기 보다는 삼전 하나만 픽해서 오래 묵히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올인하는 집중 투자이지만 예금에도 5억 가량 넣어 두어서 급락장이 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60대 황혼기 투자자에게 알맞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라면서 “다만 삼전 주가가 계속 올라 10만원까지 가게 되면 10억 대주주 기준에 걸려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일부 처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