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사우스스프링스CC

올해 부동산이나 주식만 사상 최고치로 오른 게 아니다. 코로나 특수를 맞은 국내 골프장도 몸값이 크게 치솟고 있다.

30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CC 지분 87.32%가 1503억원에 사모펀드 운용사인 센트로이드 PE에 팔렸다. 1홀당 가치를 96억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센트로이드PE 관계자는 “수도권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한 데다 퍼블릭(대중제) 골프장이어서 수익성도 높다”면서 “유휴 부지가 넓어 자산 가치도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골프장은 가치를 평가할 때 ‘홀당 거래 가격’으로 따진다. 지난해 전국 골프장 홀당 매매가(47억3000만원 가량)를 감안하면, 코로나 악재 속에서도 1년 만에 103% 급등한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새 골프장이 워낙 인기이긴 하지만, 홀당 96억원이란 역대 최고가에 팔리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돈 풍년 시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모펀드들이 골프장 매수에 적극적이다. 지난 9월 ‘골프클럽 안성Q’를 홀당 77억원에 사들인 곳도 사모펀드였다. 골프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대학생들도 볼 치러 다닐 정도로 골프 인구가 대거 늘어나고 있다”면서 “회원제는 들쭉날쭉하지만, 대중제는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어서 사모펀드가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골프장은 상장사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사모펀드인 키스톤PE가 지난 9월 방송 사업자인 KMH의 2대 주주가 된 것도 골프장 때문이었다. 키스톤PE 관계자는 “KMH는 신라CC, 파주CC 등 골프장 4곳을 보유하고 있는데, 5000억원에 달하는 골프장 가치 대비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고 지분 25%를 매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솟는 골프장 가격에 골프 애호가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여성 골퍼 김수영씨는 “예년엔 장마철이나 폭염, 추운 겨울에는 그린피 할인을 해줬는데, 올해는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할인이 사라졌다”면서 “내년도 올해처럼 외국에 나가지 못한다면 국내 골프장 그린피가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