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폐지되면서 다양한 인증 기술이 나오고 있다. 위치 정보를 활용해서, ‘내가 어디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스타트업 ‘엘핀’은 이동통신 기지국의 고유한 위치 정보를 활용해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위치기반 인증’ 서비스를 개발했다. 내가 지정한 기지국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본인 확인이 된다. 예를 들어 모바일 뱅킹 앱(애플리케이션)을 주로 이용하는 장소로 우리 집을 설정해 두면, 우리 집에서 앱을 켜는 것만으로 본인 확인이 끝난다.

개인 신원 확인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직원 태블릿PC 위치 관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회사 사무실에서 태블릿 PC를 쓸 때는 고객 정보가 상세히 보이도록 하고, 사무실 밖에 들고 나가서 쓸 때는 제한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작년 NH농협의 위치 기반 인증을 활용한 금융 상품에도 엘핀의 기술이 적용됐다. 전국을 수도권, 영남권, 전라권 등 9권역으로 나눠서, 고객이 권역별로 인증한 횟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이다.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적금으로, 이동통신 기지국 정보를 통해 고객이 실제 현장에서 인증 버튼을 눌렀는지 확인한다.

엘핀의 서비스는 이 밖에 외근 직원들의 휴대전화 정보를 통해 실제 특정 장소로 출·퇴근했는지 확인, 코로나19 감염자의 격리 현황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 고객의 집, 사무실 등의 위치 정보를 사전에 지정해 놓고, 금융회사 직원이 찾아와 금융상품 가입 등을 진행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경쟁 서비스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이용한 위치 확인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의 전체 동선이 드러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반면 이동통신 기지국 정보는 대상자가 해당 권역에 실제 있었는지 여부만 확인하는 방식이라 사생활 침해를 막을 수 있다.

박영경 대표는 SK텔레콤과 NC소프트 등에서 19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다. ‘내 일이 하고 싶다’며 2017년 5000만원으로 창업했는데, 삼성벤처투자 등에서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만 18억원이 넘는다. 작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주최한 디데이(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박 대표는 “비대면 금융 등 위치 정보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확실한 영역을 구축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