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들은 방패막이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의 힘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의 경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후 지난 2016년 SGI서울보증 사장으로 옮긴 뒤 1년간 재직했는데, 이 기간 서울보증은 단 한 차례도 금감원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금감원 노조는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년 전 ‘금융 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라는 보고서에서 “금감원 출신 인사가 금융사 임원으로 재취업한 경우 3개월 뒤 금융사가 제재받을 확률이 16.4% 감소한다”고 했다.

낙하산으로 임명된 관피아가 취임 명분이 부족하다 보니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다니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인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작년 1월 취임하는 과정에서 금융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 저지 운동을 벌인 탓에 26일간 외부에 임시 집무실을 차려놓고 업무 보고를 받아야 했다. 금융권 최장 출근 저지 기록이었다. 결국 노조와 협상을 벌였는데 금융위원장, 여당 원내대표까지 나와 노조 측 요구안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한 후에야 출근을 할 수 있었다. 합의문엔 노조 동의 없는 직무급제 추진 반대,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추진 등이 담겼다. 이 합의문이 족쇄가 돼 1년째 노사 갈등이 심화됐고, 은행 측은 직무급제 등 임금 체계 개편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도 못하고 있다.

관피아가 관치 금융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지난 22일 경기부양책인 ‘K뉴딜’을 지원해달라며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은행연합회에 불러 모았을 때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경제부총리 재임 시절(2003~04년) 김 회장을 금융정책과장으로 발탁하는 등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