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8일 “한국의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 단장 겸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이날 ‘IMF 연례협의 결과’ 온라인 브리핑에서 “코로나 이후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화가 많이 진행됐고, 경제도 회복 중이다. 공매도는 (선진국 등) 주요 금융시장에서 일반적인 관행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최근 여당과 개인 투자자들의 압력에 밀려 공매도 재개 원칙에서 한발 물러섰는데, IMF가 정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비쌀 때 주식을 빌려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정부는 3월 15일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3~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공매도를 예정대로 3월에 재개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서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여당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우어 단장은 “공매도 금지를 전면 시행해 개인과 기관 간 균등한 투자의 장을 확보하겠다는 건 날카롭지 않은 도구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시장의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가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F 발표에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등에서 “IMF가 나서는 건 내정간섭이다. 우리가 식민지도 아닌데 주권도 없냐”는 등 강렬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31일 게시된 지 한 달여 만인 28일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겼다. 이 청원인은 “공매도가 없어도 주식시장이 돌아가는 데 단 하나의 문제도 없다. 공매도를 부활시키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진위를 밝혀달라”고 했다.
여당과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감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로 매도 주문을 내는 불법 공매도를 사전 적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에게 문턱이 높은 공매도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매도는 증권사가 요청액당 0.5~10% 수수료를 받아가면서 서비스하고 있는데, 증권사들이 투자 금액이 큰 기관들의 주문만 받고 개인들의 주문은 잘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9년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 규모 78조원 중 개인 투자자 비율은 0.8%(620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외국인(59.1%)과 기관(40.1%)이었다. 개인 비율이 23%가 넘는 일본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일본증권금융에서 개인들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개인 공매도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