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공포에 휩싸여도 수퍼리치들은 참고 견딥니다. 지나간 위기에서도 늘 그랬듯, 우량 자산은 언젠가는 수익률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죠. 오히려 투자 가치를 믿고 있는 우량주들은 떨어졌을 때 더 투자하는 저가 매수(Buy the dips) 전략을 구사합니다.”(유성원 한국투자증권 GWM 전략담당 상무)

연초부터 잘 달리던 코스피와 다우평균이 각각 3000 선, 3만 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2월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새해 들어 국내 주식을 작년 한 해의 40% 수준인 26조원어치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변동성 커진 증시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유성원 한투증권 상무는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고 해서 겁부터 먹고 믿음이 가는 주식까지 다 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산가들은 오히려 장기 비전이 밝은 보유 주식들을 변동장에서 재점검하고, 저평가 매수 타이밍도 노린다”고 말했다.

유 상무는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들을 겨냥해 만든 GWM(Global Wealth Management)란 자산관리 전담 조직의 수장이다. 부동산에 편중된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구조를 고려하면, 증권사 주식 계좌에 30억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부동산을 포함해 전체 자산 규모가 100억원은 넘는 자산가로 추정된다.

지난해 출범한 한국투자증권의 GWM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강점을 살린 자산관리 전담조직이다. GWM 소속 전문가들이 지난달 28일 한자리에 모였다. 앞줄 왼쪽부터 장경호 부장, 유성원 GMW전략담당 상무, 김규정 자산승계연구소장, 뒷줄 왼쪽부터 이경수 글로벌컨설팅팀장, 김성희 세무팀장. /한국투자증권 제공

◊수퍼리치 “미래의 테슬라를 찾아라”

과거에는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월세 등이 부(富)의 원천이었지만, 최근에는 시중 여유 자금이 수익을 찾아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에 대한 갈증이 커진 것이 원인이다.

올해 GWM이 자산가들에게 제시한 자산 배분 전략은 크게 4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주식 35%, 채권 27%, 대체투자와 원자재 33%, 현금 5%가 그것이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자산은 과거 대비 올해는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다고 보고, 대체 투자와 원자재(부동산펀드, 헤지펀드, 사모주식 등) 비중을 전년 25%에서 올해 33%로 확대했다. 개별 자산 비중으로는 해외주식 비중이 27%로 가장 크다.

수퍼리치는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큰 경제위기 이후 단기간 내 지수가 급반등해 큰 수익을 올린 경험을 토대로, 공포장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바이더딥스(저가매수) 전략을 펼친다고 한다. 특히 '미래의 테슬라'가 될 씨앗 기업을 찾는 데에 열정을 쏟는다.

유 상무는 “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이 100조달러까지 커진 상황인 만큼, 비좁은 국내 주식에서 벗어나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증시에 눈을 돌려야 한다”면서 “특히 자산가들은 미래의 테슬라, 미래의 우버가 될 수 있는 해외의 비상장 씨앗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국내 투자자들이 이들 해외의 씨앗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글로벌 비상장 주식을 담는 해외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한다.

유 상무는 “GWM 고객들 중에 미래의 테슬라, 미래의 우버를 찾아 투자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서 이달 중 미국의 유명한 글로벌 비상장 주식 펀드를 들여와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투증권 GWM은 올해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 주식과 채권 비중은 낮추고 대체투자(부동산, 원자재 등) 비중을 작년 25%에서 33%로 확대했다.

◊단기 고점 우려... 분산투자로 안전운행

지난해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의 정책 공조로 주식이나 채권, 원자재, 심지어 가상화폐까지 대다수 자산들이 일제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한투증권의 경우, 작년 말 계좌에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큰손들의 자산 규모는 2019년보다 53%가량 늘어난 2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경수 GWM전략부 팀장은 “지난해 각종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왔지만 오히려 월가에선 역대급 랠리가 이어졌다”면서 “경기 회복, 백신 개발 등과 같은 다수의 호재가 선반영된 만큼 역발상 관점에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 고점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서 시장이 예전처럼 불붙은 듯 올라가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개미들의 반란'으로 불리는 게임스톱 사태로 미국 뉴욕 증시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다우평균은 2.03% 떨어진 29982.62로 마감했다. 다우평균이 3만선을 내준 것은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한 달 반만이다.

이 팀장은 “수퍼리치는 대부분 길게 보겠다거나 기다리겠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대응한다”면서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평소에 분산 투자 원칙을 제대로 지켰다면 공포 속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까지 이어진 단기 상승장에서도 수퍼리치들은 특정 주식에 올인하지 않고 분산 투자를 했다고 한다. “지수가 더 내려가면 추가 투자를 하겠다며 때를 기다리는 적극적인 자산가들도 있습니다. 마치 백화점 세일 기간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편 GWM은 올 초 글로벌 자산관리 최상위 금융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상업용 부동산 인수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인수합병(M&A) 등 기관 특화형 상품에 파트너로 참여할 기회도 제공한다. 조선일보와 에프앤가이드가 공동 주관한 ’2020년 리서치 우수 증권사' 평가에서 혁신 리서치 부문 1위를 차지한 한투증권 리서치센터와도 협업해 자산관리 로드맵도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