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백형선

한국이 전세계 최장 기간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주식시장 랠리를 인위적으로 지지해 폭락할 우려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임시회의를 열고 다음 달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매도(空賣渡) 금지 조치를 5월 2일까지 한 달 반 더 연장하기로 했다. 공매도 금지는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급락했던 작년 3월에 6개월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가 작년 9월 한 차례 연장됐고, 이번에 재연장되면서 기간이 총 1년을 넘기게 됐다.

블룸버그는 한국 당국이 공매도 금지를 5월까지 또 다시 연장함에 따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가 됐다고 보도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공매도를 금지한 한국은 이번 달 공매도 금지를 해제한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최장기간 금지를 유지한 나라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펀드매니저들과 트레이더들은 한국의 공매도 금지로 인한 인위적 주가 지지 상황이 결국 역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리스크 헤지(Hedge·위험 회피) 수단을 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철수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자산운용사 AMP캐피털 네이더 내이미 대표는 “한국이 활황장임에도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당국의 목표는 미국에서 했던 것 같이 시장의 단기 충격을 피하는 것이었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시장의 유동성이 급락,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공매도가 없어 고평가된 주식에 대한 하락 베팅이 지연·누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가 해제될 경우, 한국 증시에 단기 충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공매도가 없다면 주식 선물을 이용해 리스크를 헤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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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공매도 금지로 한국의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주식거래의 70%를 차지하면서 주식시장을 장악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개미들은 공매도가 기관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 시장의 유동성을 해친다며 이를 폐지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시장의 유동성을 해친다고 보고 있다. 체인지브리지캐피털의 빈스 로르소 펀드매니저는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이 시장 유동성을 개선하거나 변동성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많지 않다”며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귀중한 시장 도구와 다양한 다른 것들을 빼앗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장악하면서 당국과 정치권이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본부장은 “한국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장기간 공매도 금지를 야기했다”며 “규제 당국이 여론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