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왔습니다.” “상가집 육개장 냄새가 진동하네요.” “물타다 대주주 되겠어요. 살려주세요”

8일 오전 현대차와 기아가 “애플과 자율주행차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현대차 그룹 계열사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가 없다, 애플과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날 기아차는 전날보다 15% 가까이 빠진 8만6300원에 장을 마쳤고, 현대위아 -11.9%, 현대글로비스 -9.5%, 현대모비스 -8.65%, 현대차 -6.21% 등으로 일제히 폭락 마감했다. 주가 폭락에 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13조5000억원이 증발했다.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전기차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8일 장 초반 약세를 나타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 전광판에 표시된 현대차 주가 모습.

소액 주주들은 인터넷 주주게시판에 주가 하락에 대해 현대차 그룹이 책임져야 한다고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특히 일부 주주들은 지난 달 애플 루머설로 주가가 급등하자 현대차 임원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도했고 최대 286% 수익률을 거뒀다면서 애플과의 상황을 미리 알고 차익을 실현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주가가 부진해진 사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신고가를 찍으며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이날 8037엔으로 마감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마쓰다 자동차 역시 지난 5일 18.5% 오른 데 이어 이날도 1% 가까이 올라 52주 신고가(966엔)을 기록했다. 닛산자동차 역시 지난 주 5거래일 내내 상승세를 보이더니 이날도 또 올라 52주 신고가(629.6엔)에 장을 마쳤다.

자동차 회사들의 급속 주행에 힘입어 일본 닛케이 평균은 이날 전날보다 2% 넘게 급등한 29388.5에 장을 마쳤다. 30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서 선적 대기 중인 일본 자동차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서 지난 4일 보도에서 애플이 일본 기업을 포함한 복수의 자동차 업체에 애플카 생산을 타진했다며 한 공급사 간부를 인용해 “교섭을 진행 중인 단계”라고 전했다.

이 간부는 애플카 생산 파트너에 대해 “한국 업체로 결정될지는 모르겠다”며 “적어도 6개사 정도와 교섭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6개사는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마츠다, 스바루 등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연구개발(R&D) 등의 문제로 일본 세컨티어 자동차 회사들은 생존이 어려워지는 만큼 애플과의 계약에 빅브랜드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일 것”이라며 “다만 빅3와 스바루를 제외하면 미국 현지 공장이 없기 때문에 애플과의 계약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8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평균이 1990년 8월3일 이후 처음으로 2만9388.5에 마감했다. 30년 6개월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