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대출중개(P2P) 업체들의 동산(動産)담보대출 평균 연체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원을 꿔줬는데 최대 80원을 떼이게 생겼다는 뜻이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이 아니라 공장 기계나 농축산물 등 동산을 담보로 잡고 기업 등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P2P업체는 투자자와 돈을 빌리는 기업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고 대출을 중개해주는 거간꾼 역할을 한다. P2P 업체들은 동산담보대출뿐 아니라 부동산담보채출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도 하고 있다.

8일 한국P2P금융협회와 P2P정보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11개 P2P 업체의 동산담보대출 1820억원 중 1433억원이 한 달 이상 연체돼 79%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이는 120개 P2P 업체 전체 대출 연체율(23%)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동산을 담보로 잡는 대출을 적극 장려했는데, P2P 업체들에서 취급한 동산담보대출 거의 대부분이 연체로 남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담보 물건의 관리와 평가가 어려운 동산담보대출 성격상 부실이 나기 쉬우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펀드 돌려 막기 하다가 연체 급증

P2P 동산담보대출은 11개 업체 중에서도 주로 팝펀딩과 시소펀딩 등 두 회사가 취급했다. 지난달 잔액 기준으로 팝펀딩(950억원)과 시소펀딩(472억원)이 전체 동산담보대출의 78%를 차지했다. 이 두 회사의 합산 연체 잔액도 11개 업체 전체 연체액의 98%를 차지했다.

개별 회사 연체율의 경우, 팝펀딩은 97.8%, 시소펀딩은 99.2%였다. 두 회사를 거친 동산담보대출은 거의 전부 연체가 된 셈이다. 특히 두 회사의 연체는 작년에 집중됐다. 두 회사의 합산 연체율은 2018년 말 1.6%에서 작년 말 98.3%로 급증했다.

지난해 연체율이 급등한 까닭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P2P 업체들이 규제가 허술한 틈을 타서 펀드 돌려 막기를 하다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팝펀딩은 신규 펀드 자금으로 다른 펀드의 상환액을 막는 펀드 돌려 막기를 하다가 2019년 말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현재 1050억원 원금 상환이 중단됐고 이 가운데 수백억원은 유용된 것으로 의심받는다. 이 회사의 신현욱 대표는 횡령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회사는 작년 6월 폐업했다.

시소펀딩은 2019년까지 ‘연체율 0%’를 내걸고 투자금을 모으다가 작년 8월 18일 갑자기 ‘상환 중단’을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대출해준 기업들이 동반 부실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개중엔 마스크 공장에 투자했다가 마스크 수요가 급감하며 상환 불능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이 회사는 연체가 발생하면 추심업체에 채권을 헐값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연체율 0%를 유지하다가 작년에 부실 누적을 견디지 못하고 문제가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P2P 업체들을 규제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은 사고가 터진 뒤인 작년 8월 27일에야 시행됐다.

◇관련법 제정 이전 정부가 부실 조장 책임

동산담보대출은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의 여신 관행이 혁신 창업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지적한 이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가 활성화 전략을 짜고 금융위원장이 팝펀딩의 파주 물류창고에 찾아가 “동산금융 혁신 사례”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는 제대로 된 심사 없이 팝펀딩을 2019년 2월 지정대리인 업체로 선정했다. 지정대리인이란 미인가 핀테크 기업이 대출 심사 등 금융사의 고유 업무를 수탁 운영해 혁신 금융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되면 금융위 심사를 통과한 ‘혁신기업’으로 인정받는다. 당시 금융위의 팝펀딩 실사 과정은 없었고, 한 증권사가 팝펀딩을 실사해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보고서까지 냈는데도 고려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물리적으로 모든 핀테크 기업을 실사하기 어렵다는 해명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와 동산담보대출이라는 두 고위험 요소가 만나 문제가 더 커졌다”며 “관련법과 P2P 업체 등록제가 시행되면 소비자 보호도 한층 강화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