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수업, 비혼1세대의 탄생, 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 비혼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쇼크 이후 출판 시장에선 유독 비혼(非婚)을 주제로 한 서적들이 쏟아졌다. 저자들은 코로나 이후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가 더 뚜렷해졌다면서 혼자 잘 사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로나가 쏘아 올린 거대한 유동성 버블이 우리 사회의 가족 구조와 삶의 방식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화폐 가치 하락이 촉발한 부동산·주식 급등은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비혼족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청춘들은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면서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협동보다는 고립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성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인생은 피곤하고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30대 직장인 김모(33)씨는 코로나 이후 회사 생활이 더 즐거워졌다고 했다. 회사에서 재택 근무를 장려하는 데다 회식이나 저녁 약속 등이 전부 취소되면서 개인 시간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회식 때마다 결혼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회식이 없어지니 그런 스트레스가 싹 사라졌다”면서 “퇴근 후 저녁 시간엔 좋아하는 닌텐도 게임을 하면서 보낸다”고 했다.
자신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개인주의 트렌드에 집값 급등이 겹쳐지면서 비혼주의는 더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취업한 직장인 이모(27)씨는 결혼을 해도, 안 해도 상관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집값 폭등을 겪으면서 비혼주의자에 더 가까워졌다고 털어놨다.
“요즘 서울 지역 괜찮은 아파트는 10억이 넘잖아요. 상황이 이런 데도 남자가 경제적인 부담을 더 많이 지면서 신혼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여전하죠.”
이씨는 “혼자 살면 안정적이고 속편하게 살 수 있는데 결혼은 경제적인 조건이 많이 좌우하게 된다”면서 “내 집 마련이 현실적으로 힘들어졌는데, 둘이서 괴로워하느니 혼자 외로운 게 낫다”고 했다.
이미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은 결혼이 필수라고 하지 않는다. 나이 차면 결혼하고 결혼했으면 아이를 낳는 옛날 시나리오는 더 이상 상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51.2%로, 10년 전인 2010년(64.7%)에 비해 13.5%포인트 낮아졌다.
20년차 워킹맘인 이모씨는 “부모님은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지만, 나는 (내 딸에게)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둘이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 혼자가 행복하다면 행복한 쪽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34)씨는 평일 퇴근 후나 주말엔 유튜브를 보면서 재테크 공부를 한다. 그는 “은행 예금 금리가 너무 낮아서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관심 갖고 매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한정판 신발을 사고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는 슈테크(슈즈+재테크)에도 참여해 용돈벌이를 한다. 주로 나이키를 비롯한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 부지런히 접속하고 드로우 이벤트에 응모한다고 한다. 당첨되면 응모한 제품을 정가에 구매할 수 있다.
“작년 말엔 GD(빅뱅 멤버 지드래곤) 스니커즈라는 ‘나이키 피스마이너스원′을 21만9000원에 샀어요. 리셀 가격은 70만원이 넘었죠. 이렇게 모은 돈으로 명품 자전거를 구매했고, 최근엔 한강 라이딩도즐기고 있습니다.”
가족 부양이나 자녀 교육비와 같은 재정적인 부담이 적은 전문직 비혼족은 재테크 시장에선 ‘수퍼 인베스터'다.
40대 후반의 비혼주의자 최모(변호사)씨는 “굳이 한 사람과 연애하면서 돈과 시간을 쏟고 싶지 않다, 앞으로 결혼할 생각도 없다”면서 “지금 연봉으론 딱히 쓸 곳이 없다 보니 주식에 투자하거나 펀드에 가입할 때 억 단위로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혼주의자는 가족 부양, 자녀 양육과 같은 부담에서 자유로우니까 장기 투자할 환경은 되겠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실함은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성과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 작성에 고희동 TV조선 수습기자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