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면 금융위원회, 교육부 등 6개 부처로 구성된 금융교육협의회가 만들어진 뒤 12년 만에 법정 기구가 되지만, 구체적인 금융 교육 청사진을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2019년 전국 17개 시도 청소년 대표들이 참여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기구인 청소년특별회의가 교육부에 “금융 정규 교육을 의무화하자”고 제안했지만, “전문 교사 양성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와 달리 주요국들은 금융을 정규 교과로 편성해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다. 미국은 50주(州) 가운데 45주에서 금융을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시켰고, 17주는 고교 졸업을 위한 필수 이수 과목으로 채택했다. 부채 관리, 소득 신고와 세금 보고서 작성법까지 교육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4연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금융 교육을 강조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금융 교육을 더 강화하고 있다. 2010년 대통령 직속 금융교육 자문위원회까지 설치했다.

영국은 2014년부터 만 11~16세 학생에게 금융 교육을 의무화했다. 캐나다는 2004년 초·중·고교에서 금융 교육을 의무화했다. 매년 11월을 ‘금융 교육의 달’로 지정했다. 네덜란드는 도이체방크 임원(상무) 출신 왕비 막시마 소레기에타가 재무부 산하 금융 교육 기관인 머니와이즈플랫폼의 명예 의장을 맡아 금융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매년 3월 일주일간 ‘머니위크’를 정해 5000여명의 전문 강사가 전국 초등학교를 방문해 금융 강의를 한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저축 습관, 돈의 가치 등을 교과과정에 포함했다. 2012년 초등 과정에 금융 교육을 포함했고, 최근에는 모바일 교육 플랫폼까지 만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싱가포르를 금융교육 국가 전략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