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스크린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 주식 가격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 주식이 공모가인 35달러에서 40.71%(14.25달러) 오른 49.2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연합뉴스

올해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는 보유 중인 주식 가치가 1년 만에 수십 배 불어난 공직자가 많았다. 정부가 작년까지 액면가로 신고했던 비상장 주식의 평가 방법을 올해부터 실거래가로 바꾸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강영수 인천지방법원장은 비상장 주식 가치가 1년 만에 90배 넘게 뛰면서 지난해 68억8670만원이었던 재산 신고액이 올해 498억97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해보다 28억100만원 증가한 165억3100만원을 신고했는데, 이 중 54억7300만원이 주식이었다.

◇강영수 인천지법원장 재산 430억원↑

강 법원장의 재산은 1년 만에 무려 430억원이나 늘었다. 배우자가 가진 베어링아트(3만주)와 일진(1만5000주) 등 비상장 주식이 실거래가로 평가되면서 주식 가치가 410억8657만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액면가로 평가했을 때 주식 가치(4억5000만원)의 91배가 된 것이다. 이 주식 취득 경위를 묻기 위해 강 법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을 맡고 있는 이승련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해보다 100억원이 증가한 166억7271만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이 중 주식 보유액은 100억6600만원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배우자가 소유한 비상장 주식 에스엘화학(6만주), 성림산업(4만주), 케이엠(1000주) 등의 평가 방법이 바뀌며 주식 평가액이 14억7200만원에서 96억3700만원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보유액이 많은 재산 등록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남편과 자녀 명의로 4억4730만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엠터치(1만5000주), 오픈팝닷컴(103만3333주), 라움(9366주) 등 비상장 주식 위주다. 정 청장 측은 “지인 소개로 비상장 주식을 매입했는데 회사 경영 실적이 저조해 현재 가치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서 “주식이 소멸되지 않아 액면가로 신고하고 있다”고 했다.

기초과학기술원 노도영 원장은 주식 35억6000만원어치를 보유 중이었는데, 그중 34억원어치가 비상장인 태영레저산업 주식(7만주)이었다.

고용노동부 권기섭 고용정책실장은 JW중외제약(1508주), LG전자(4772주) 등 14억4000만원가량의 주식을 신고했다.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대형 호재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최기주 위원장(차관급)은 임기 중이던 지난해 ‘지오스테크놀러지’라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 1만6500주를 아내와 함께 매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그해 말(12월 29일) 해당 회사가 포함된 컨소시엄과 협력을 통해 5G 네트워크용 광통신 핵심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규제 피해 공직자들도 서학 개미 행렬 동참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서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도 여럿 확인됐다. 주로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애플·테슬라·아마존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테크주(株)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행법상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국내 주식을 3000만원 넘게 보유할 경우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하지만, 해외 주식에 대해선 특별한 규제가 없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중국 알리바바그룹 주식 230주, 길리자동차 8000주, 텐센트 홀딩스 1000주, 테슬라 782주 등 다양한 글로벌 IT·바이오·자동차 주식을 보유했다. 김 사장 배우자도 테슬라 160주, 알리바바 150주, 호찌민증권 5000주 등에 투자했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은 배우자 및 장남 명의로 나이키 347주, 월트디즈니 836주, 마이크로소프트 437주, 스타벅스 525주, 알파벳C 4주 등을 보유 중이다.

청와대에서는 강민석 대변인이 2억9643만원으로 주식 신고액이 가장 많았다. 배우자 명의로 핑안헬스케어(1500주), 항서제약(6000주) 등 중국 헬스케어 업체에 집중 투자했다. 청와대 김광진 청년비서관은 배우자 명의로 테슬라·애플·아마존 등 1억1586만원어치 주식을 신고했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본인 명의로 소유한 주식(총 3500만원)이 모두 해외 주식이다. 테슬라를 비롯해 아마존, 알파벳(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로 미국의 IT(정보기술)와 전기차 주식을 보유했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회사 니오, 말보로로 유명한 미국 담배 회사 알트리아 그룹 주식도 갖고 있다. 배우자도 미국 회사 위주로 주식 총 1억2000만원어치를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