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신 부작용 지속으로 러시아 백신 관련 주 급등 예상.” 회사원 김모(36)씨는 이달 초 이러한 문자를 받았다. 김씨는 “최근 회사 동료들에게도 이러한 문자가 많이 온다고 한다”며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 보니 이런 문자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주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면서 주식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스팸 메시지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문자 메시지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려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작전 세력’이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를 통한 스팸성 정보는 거의 대부분 사기”라면서 “이런 주식을 사들이면 작전 세력에게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된 스팸 메시지 중 14만9439건이 주식 관련 내용이었다. 이는 지난해 2월(13만1364건)보다 많고, 2019년 2월(4만3067건)의 3배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해 3월 저점을 찍었던 코스피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5월(21만419건)과 6월(23만397건), 11월(22만3652건) 등에는 20만건이 넘는 주식 관련 스팸 메시지 신고가 있었다.
스팸 메시지는 “어제 추천한 XX 종목 보셨죠? 후속타 원하신다면? XX”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아예 “XX 종목을 얼마에 매수해서 얼마에 팔아 수십~수백% 수익률을 냈다. 나를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메시지도 있다. 별다른 근거 없이 “폭등·급등 예정, 대박주 추천”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스팸 메시지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 스팸을 차단할 때는 걸림돌이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주식 광고 스팸 신고 건에는 합법적인 유사 투자 자문 사업자가 발송한 정상적인 광고도 포함되어 있어 사전 차단 조치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거래소는 스팸 메시지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스팸 문자와 관련이 있고, 주가나 거래량이 일정 기준 이상 증가한 종목을 ‘스팸 관여 과다종목’ 등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팸 관여 과다 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지난해 4월과 7월, 지난해 11월~올해 1월 모두 20종목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