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패턴이 바뀌고 있다. 개인들은 올 들어 전기차나 2차전지 등 유망 산업 관련 ETF를 많이 사들이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에 ‘곱버스(KODEX 200선물인버스2X)’ 투자를 늘린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곱버스란 코스피가 하락하면 하락분 대비 2배의 수익을 낼 수 있게 설계된 ETF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 전기차 SOLACTIVE’ ETF였다. 개인들이 59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3위는 2차전지 관련 ETF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ETF를 4821억원어치, ‘KODEX 2차전지 산업’ ETF를 324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래픽=김성규

◇단기 수익에서 미래 유망 산업으로

ETF는 주식 시장에 상장돼 개별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다. 특정 국가 증시 전체나 특정 업종·분야(테마) 주식에 분산 투자를 하는 투자 상품이다. 그런데 2019년의 경우 개인 순매수 상위 20종목 중 7종목이, 지난해에는 6종목이 레버리지·인버스 ETF였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 상승분의 2배만큼 수익이 나는 ETF고, 인버스 ETF는 지수 하락분만큼 수익이 난다. 투자자들이 곱버스라고 부르는 ETF의 경우 지수 하락분의 2배만큼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지난해의 경우 개인 순매수 1~3위 ETF가 모두 인버스였다. 1위인 곱버스 순매수 금액은 3조5862억원에 달했다. ‘이 정도 올랐으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인버스 ETF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올해는 개인 순매수 상위 20종목 중에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3종목으로 줄었다. 2019년과 지난해 순매수 1위였던 곱버스가 올해는 4위(2028억원)로 내려왔다. 대신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고 있는 전기차·2차전지 관련 ETF는 국내외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주요 정책 이슈로 떠오르면서 향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순매수 14위인 KB STAR Fn 수소 경제 테마 ETF도 화석 연료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소’의 생산·저장 관련 산업, 연료전지 등에 투자하는 ETF다.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테크주에 투자하는 ETF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6위인 KODEX 미국 FANG플러스 ETF는 엔비디아·테슬라·애플 등에 투자하는 ETF고, 7위인 TIGER 차이나항셍테크 ETF는 샤오미·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연금으로 ETF 투자, ETF 랩어카운트도

퇴직연금으로 ETF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9년 말 1778억원 수준이던 퇴직연금 계좌의 ETF 잔고는 지난해 말 8375억원까지 늘었고, 올해 2월 말에는 1조2765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퇴직연금의 경우 장기 투자를 통해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주목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레버리지·인버스 ETF 등에는 투자할 수 없게 돼 있다. 투자자들은 은퇴 시점까지 자산을 최대한 불리기 위해 성장성이 강한 국내외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ETF를 골라서 알아서 투자하는 ETF 랩어카운트(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X ETF 랩어카운트는 올 들어서만 270억원 정도의 자금이 몰리며 누적 잔고 1300억원을 돌파했다. 클린에너지, 클라우드, 디지털 헬스케어, 게임 등 유망 투자 분야(테마) ETF에 알아서 투자해주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테마형 ETF랩어카운트는 전문가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유망 테마를 선정해 투자해주기 때문에 ETF의 분산 투자 효과와 랩어카운트의 투자 효율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상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