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딜로이트컨설팅은 신입 사원 20명을 공개 채용으로 뽑았다. 그동안 경력자들을 알음알음 수시 채용 방식으로 뽑아온 컨설팅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최근엔 공채 위주로 신입 사원을 뽑아오던 대기업마저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딜로이트컨설팅

딜로이트의 공채는 시대에 역행한 것일까. 딜로이트컨설팅 한국법인 CEO를 맡고 있는 송수영<사진> 대표는 “신입 사원을 전력화시키는 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자도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반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우리 회사 문화에 맞는 우리가 바라는 인재를 육성하면 늦어도 4~5년 뒤엔 차별화된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딜로이트컨설팅 한국법인 대표가 됐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송 대표는 SAP재팬, 딜로이트컨설팅 일본법인 등을 거쳤다. 그가 확신을 갖고 공채를 도입한 것은 20여년간 일본에서 쌓아온 경험 때문이다.

송 대표는 “일본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를 맡았던 기간에 매출액이 8배 가까이 늘었는데 이는 인재 채용과 육성의 결과였다”며 “일본에서 증명된 모델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딜로이트 일본 대표 시절 공채 제도를 만들어 매년 200명의 신입 사원을 뽑았다. 공채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수시 채용으로 즉시 전력화할 수 있는 인재를 뽑아 공채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고 한다.

송 대표는 “일본 기업인들은 ‘잃어버린 20년’이 자만에서 왔다고 반성하면서 더 강해졌다”며 “그들은 기업이 강해지려면 인재 확보가 핵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기업들은 인재 채용을 인건비 같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뒤를 밟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이젠 앉아서 인재가 찾아오길 기다리거나 인재풀이 적다고 한탄하기보단 대학과 지방 등 인재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인재풀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래야만 10년 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인재들을 압도하는 한국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같은 위기를 겪을 경우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인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즉시 전력감’만 뽑으려고 한다. 송 대표는 이를 ‘악수(惡手)’라고 표현했다. “경력자들만 뽑으면 당장 현상유지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결국 시장은 성장하지 않는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합니다. 수시 채용을 고집해온 한국의 컨설팅업계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큰 발전이 없었던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