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거위를 많이 키우는 농장주가 되세요.”
‘거위 재테크'라는 특이한 이름의 투자 철학을 전파하는 이고은 스페이스봄 대표는 12년간 씨티, 노무라, 한국투자 등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금융 전문가다.
거위 재테크란, 거위(자산) 배는 가급적 가르지 않고, 거위가 낳는 황금알(현금흐름)로 재투자를 거듭해 농장을 계속 늘려가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서른일곱살에 조기 은퇴한 이 대표는 다양한 자산에 직접 투자하면서 황금알 거위들을 늘려왔다.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예적금, 주식, 달러, 엔화, 가상화폐, 금실물 등 투자 대상도 다양하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어느 하나의 특정 자산에 쏠려 투자하지 않는 것이 농장 운영 원칙이다. 자산별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골라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부자 거위 농장주가 된 실전 경험을 담은 책(투자의 재발견)도 펴냈다.
이 대표는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시세차익형 재테크에만 관심을 갖지만, 이 경우엔 자산이 결국 사라져버린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꾸준한 현금 흐름이 나오는 거위들을 모아 키우는 농장주가 되는 것이 더 편안하고 성공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에 걸맞은 현금 흐름이 없다면 진정한 부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강남에 있는 고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수입이 없어 생활비에 쪼들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죠. 순자산 크기는 큰 의미가 없고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내 손에 쥐어지는 순현금흐름이 더 중요합니다.”
주식 거위는 원화가 아니라 달러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원화 가치는 크게 떨어지잖아요. 미국이나 일본 배당주를 보유하면, 기축통화로 여겨지는 달러나 엔화로 배당을 받게 되니까 원화 가치 하락으로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죠.”
이 대표의 추천은 미국에 있는 64개의 배당귀족주였다. 배당귀족주란, 코카콜라, 월마트와 같이 25년 이상 배당액을 늘려온 회사들을 말한다.
그는 “오랜 세월 안정적으로 배당을 증액시켜 온 배당귀족주를 매수하고, 분기별로 받는 배당금을 재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거위는 레버리지(대출)를 적절히 활용해야 농장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투자의 고수인 워런 버핏은 지난 55년간 자산을 2만7000배 이상 늘렸는데, 품질이 좋은 레버리지를 적절히 쓴 전략이 유효했다”면서 “이자가 낮고 길게 쓸 수 있는 착한 레버리지는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