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천만대 까지 하락하고 암호화폐 가격이 줄폭락한 2021년 4월 23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23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10% 이상 떨어지면서 45일 만에 5000만원대로 돌아왔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8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9월까지 실명 계좌로 전환하지 않는 거래소는 다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4.7% 하락해 5639만원까지 떨어졌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미국 바이낸스에서도 10.33% 하락한 4만8924달러(약 5469만원)를 기록하면서 5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최근 급등했던 도지코인 등 비주류 일부 코인은 2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작년 말부터 가상 화폐 가격이 지속적으로 급등한 데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가상 화폐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가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22일 국회에서 “가상 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가상 화폐 가격이 급락하자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은성수 위원장 자진 사퇴 촉구 청원까지 올라왔다.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라며 “그 말에 책임을 지시고 자진 사퇴하십시오”라고 했다.

여권에서도 은성수 위원장 발언 진화에 나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 등의 이반으로 번지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들의 의사 결정을 비하하는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라며 “정말 어른인 척하고 싶으셨다면, 훈계할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이 아니더라도 청년들이 돈을 벌고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는 데 주력했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은성수 위원장의 협박성 발언 이후, 코인 가격은 30% 가까이 급락했다”며 “본인의 위치와 파급력을 생각하면 정말 ‘참을 수 없는 발언의 가벼움’이고, 시장에 큰 충격을 준 부분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 차원에서 청년 세대의 가상 화폐 투자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청년 세대와의 소통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