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SK증권 여의도지점 앞에는 '오늘 더 이상 신규 계좌 개설이 어렵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홍준기 기자

“새벽 두 시에 이미 오늘 신규계좌 개설하실 분들은 다 찼습니다. 오늘은 신규 계좌 개설이 더 이상은 어렵습니다.” (SK증권 관계자)

“아니 그래도 어떻게 해주실 수 있는거 아닌가요.”(고객)

SK IET(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SK증권 여의도지점 앞에서는 신규 계좌 개설을 하러 지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많았다. 올해 상반기 ‘대어급 공모주’로 꼽히는 SK IET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계좌를 만들러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일부는 “왜 안된다는 거냐”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SK IET 공모주 청약은 28~29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 5곳에서만 가능하다. 오는 6월까지는 공모주 중복 청약이 가능해 5곳을 통해 모두 청약을 하면 균등 배정(공모주 물량의 절반 이상을 증권사별로 청약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제도)에 따라 공모주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증권사 공모주 물량의 절반보다 더 많은 사람이 청약에 참여하면 추첨 결과에 따라 해당 증권사에서 공모주를 1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SK증권의 경우 지난달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당시 균등 배정으로 최소 2주, 추첨 결과에 따라 최대 3주까지 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소위 ‘공모주 맛집’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하지만 이번에 SK증권에 청약하는 사람이 많이 몰리면 1인당 받을 수 있는 주식이 줄어든다.

최근 증권사 계좌는 증권사 앱을 설치한 다음 신분증 사진과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금융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다음 20영업일이 지나기 전에 다른 금융사에서 계좌를 만들려면, 지점을 방문해서 투자 목적임을 입증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27일 오전 SK증권 지점 앞에서는 직원들이 “정말 죄송하지만 더 이상은 계좌 개설이 어렵다”며 고객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안내 시간이 길어진 영향도 있었다.

SK IET(아이이테크놀로지)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지점에도 고객들이 많이 몰렸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26일에도 14만8630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는데, 지난달 26일 개설된 신규 계좌(9158개)의 16.2배 수준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대표 주관사라 공모주 물량이 가장 많다. 또한 미래에셋증권 경우 28일이나 29일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다음 당일 공모주 청약이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 광화문 지점을 찾은 고객들.

미래에셋증권 광화문WM 김승지 선임매니저는 “2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 대한 긍정적인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과 함께 증권사간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어로서 SK IET 공모청약 문의가 많이 이어지고 있다”며 “많은 청약 관심 속에 지점에서도 고객님들의 계좌 개설 등 불편함이 없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SK IET의 공모가는 10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지난주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소위 ‘따상(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수준에서 형성되고, 당일 상한가를 기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상장 당일 따상에 성공하면 1주당 16만80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대구에 사는 회사원 최모씨는 “내 계좌는 증권사 5곳에, 아내도 3곳에 계좌가 있다”고 했다. 8곳에서 1주씩만 받고, 따상에 성공하면 한번에 134만40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