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이틀 연속 상승하며 3,180선에 다가선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1.37포인트(1.00%) 오른 3,178.74에 마감했다.

“금리 상승기엔 은행주.” 6일 서울 증시는 이런 투자 상식이 딱 맞아떨어진 하루였다. 이날 국내 8개 은행 종목들로 구성되어 있는 KRX은행지수는 전날보다 5.76% 올라 전체 업종 중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의 강력 매수세에 힘입어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이 무더기로 52주 신고가(최근 1년간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특히 시가총액 24조원인 금융 대장주 KB금융은 이날 7.9% 오른 5만7500원에 마감해 이름값을 했다.

6일 52주 신고가 기록한 주요 금융주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은행주 상승세로 이어졌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코로나 충격에서 급반등 중인 미국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가 올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하락기에는 미래의 현금 흐름에 의존하는 성장주가 각광을 받았지만 금리가 위로 방향을 틀면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면서 “금리 상승세가 반영되면서 성장주 주가는 빠지고, 대신 은행주처럼 돈을 꼬박꼬박 잘 벌고 있는 가치주가 재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3기 경영과 관련해 핵심 과제로 '주가'를 언급해 주목받았었다. 특히 KB금융 주가를 '참담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주가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었다. /뉴시스

◇경기 회복기 부활 기대감

은행주는 눈부신 실적에 비해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아 여의도 증권가에선 ‘사물주(사면 물리는 주식)’라고 불렸다. 주가가 바닥에 붙어 꿈쩍하지 않는다고 해서 ‘돌부처 주식'이라는 오명도 붙었다. 지난해 KB금융의 윤종규 회장조차 “(KB금융) 주가가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은행주가 올 들어 확 달라졌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빅 4 금융지주는 물론이고,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이른바 지방 금융 트리오'까지 최근 52주 신고가를 몽땅 갈아 치웠다. 이들 종목은 올 1분기(1~3월) 실적이 역대 최대였다.

서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주는 장부 가치 대비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는 가운데, 향후 실적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금리가 오르면 은행 업종 마진도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 속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저평가에 고배당 매력

은행 업종 주가가 그동안 많이 떨어졌던 것도 주가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6일 한국거래소가 업종별 투자 지표를 분석해 봤더니, 이달 초 기준 은행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 높을수록 고평가)은 5.6배, 주가순자산비율(PBR, 높을수록 고평가)은 0.4배로 17개 업종 중 가장 저평가되어 있었다. 반도체 업종의 PER이 29배, PBR이 2.8배라는 점과 비교하면, 은행 업종의 상대적 저평가 매력은 한층 더 두드러진다.

여기에다 은행주는 평균 배당수익률이 3.83%로, 전 업종 중에 가장 높았다. 현재 시중은행 1년짜리 예금 금리가 연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은행 예금이 아니라 은행주에 투자한 뒤 연말에 4%에 육박하는 배당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9%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40~70년 만의 최대 수치”라며 “강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미국 금리 상승은 확실시되는데, 은행주는 금리 상승기의 최대 수혜 업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