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뉴욕 증시는 고용 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는 소식에 안도 랠리를 펼쳤다.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다우평균과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한 주를 마쳤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일 “실업 수당에 대규모 현금 지급 여파로 미국 실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취업에 나서지 않고, 학교도 완전히 열리지 않아 일터로 돌아가지 않는 부모도 많다”면서 “노동 시장에서 기업들의 구인 수요는 최고 수준인데 기술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고용 감소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지난 해 본지와 에프앤가이드가 뽑은 자산배분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조급한 마음에 뛰어들지 말라고 신 센터장은 조언했다. 여름에 좋은 매수 기회가 찾아올 테니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6~9월에 10% 안팎 주가 조정을 예상합니다. 다들 공포에 질려 도망가야 한다고 외칠 지 모르지만, 그때 겁먹지 말고 매수해야 합니다. 올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저가 매수 타이밍이니까요.”
그가 근거로 내세우는 증시 조정 변수는 2가지다. 첫 번째는 경제가 너무 좋아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될 인플레이션 우려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고, 두 번째는 그 동안 경기 회복에 대한 눈높이가 너무 높아져서 생길 수 있는 실망감이다.
신 센터장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여름쯤 테이퍼링 논의 시작을 알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동성 축소는 주식 시장에는 부정적이므로, 증시 단기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테이퍼링 리스크는 시장의 눈높이 리스크와 맞물려 이중으로 시장을 흔들 수 있다.
”최근 기업 실적 전망이 빠르게 개선된 배경은 세계 각국의 경제 전망치가 빠른 속도로 상향 조정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이제 어느 정도 일단락됐죠. 시장 기대치가 이미 높아진 상태이고, 4월 중순부터 백신 접종 속도도 느려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맞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 맞았거든요. 지금 당장은 경제지표가 아주 좋게 나온다고 해도 ‘앞으로 데이터는 꺾이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경기회복과 기업 실적의 피크아웃(고점 찍은 후 하락세)이 곧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서 바로 시장을 떠나버리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코스피는 3000 아래, S&P500 지수는 4000 아래가 올 수 있는데, 이때 두려워하지 말고 진입하라는 것이다.
”테이퍼링은 경기가 너무 좋아서 과열을 막기 위해 하는 것이고, 피크아웃도 수요 부족이 아니라 공급 차질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팬데믹 때문에 투자를 급격히 줄였던 기업들이 설비 투자 계획을 많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설비 투자 사이클에 진입하면 중간재 수출 국가인 한국은 상당히 괜찮을 겁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5G 인프라와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패러다임, 또 비상장 기업 지분 인수를 통한 코로나식 설비 투자에 주목해 보라고 그는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