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관련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전기차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2차전지 업종이 유망하다고 보고 관련 ETF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당장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해도 투자자들의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종목·업종이 앞으로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올해 1~4월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다. 개인 순매수 1위가 삼성전자(18조4337억원)고, 2위가 삼성전자 우선주(3조4077억원)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ETF는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로 6279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업계 “반도체주, 다시 재도약할 것”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22조원가량 순매수했다. 순매수 4위 종목도 SK하이닉스(2조2716억원 순매수)다.

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6만원 이하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말 8만1000원까지 올랐다. ‘이 기세라면 10만원도 넘어서겠구나’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1월 11일 종가 기준으로 9만10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달 30일 종가는 8만1500원이었다.

다만 2~3분기 실적 개선과 함께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PC 수요에 대한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고, 하반기 신규 아이폰 출시로 모바일 D램 수요도 생길 것”이라며 “글로벌 테크업체들이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2분기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는 점 등까지 함께 고려하면 2분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의 실적 상향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반도체에 이어 많이 투자한 종목은 자동차다. 현대모비스(2조5362억원 순매수)가 순매수 3위였고, 기아(1조9270억원)와 현대차(1조8715억원)가 순매수 5~6위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제휴해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들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세 회사는 지난 2월 “당사는 애플과 자율 주행 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 말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 ‘언택트 콘퍼런스’에서 2분기 추천 투자 종목으로 ‘기아’를 꼽았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기아는 EV6 등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고, PBV(목적기반차량)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PBV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자율주행 차량을 의미하는 것인데, 움직이는 식당·약국·서점 등이 될 수 있다.

◇ “전기차·2차전지, 장기적으로 전망 밝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는 작년 연말 상장 이후 지난 1월 25일 기준가가 종가 기준 1만4045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며 지난달 30일에는 1만1230원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2월 중순 춘절 이후 중국 인민은행의 급격한 유동성 회수로 인해 크게 조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대체되는 과정은 꾸준히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남기(ETF 운용 부문) 상무는 “중국 중앙 정부의 친환경 정책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며 “지난 1월 중국 우링홍광(五菱宏光) MINI EV의 판매량이 테슬라 모델 3를 상회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로 등극하는 등 중국 소비자들의 중국산 전기차 선호도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강소영·이동연 연구원도 “중국 전기차 산업의 중장기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 전기차의 연간 판매량 비중을 현재의 5%에서 20%까지 높일 것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2025년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500만대로 2020~2025년 연평균 성장률은 34%”라고 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2차 전지 역시 유망 투자 분야일 수 있다.

2019년과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했던 ‘곱버스(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ETF 중에서 개인 순매수 2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0일 코스피가 3220.7까지 상승했는데, 일부 투자자들이 지난 3일 공매도 재개로 지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곱버스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지만, 공매도 재개가 전반적인 추세를 바꿀 만한 이벤트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매도 재개 이후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주식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수준의 충격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