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과 연·기금이 ‘경기 민감주’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 민감주는 철강, 화학, 에너지, 건설 등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 수익이 날 수 있는 업종의 주식을 의미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과 연·기금 등이 이러한 경기 민감주를 사들이고 있다.

5월 1~11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LG화학(2560억원 순매수)과 포스코(POSCO·1120억원 순매수)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같은 기간 연·기금은 에쓰오일(S-Oil·570억원 순매수)과 대한항공(520억원 순매수)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경기 회복에 주목한 외국인·연기금

외국인이 모든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아니다. 5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6130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반적으로는 국내 주식을 파는 와중에 경기 민감주에 해당하는 일부 종목만 순매수한 것이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연·기금 역시 연초보다 매도세가 주춤해진 것은 맞지만,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지도 않고 있다. 연·기금은 5월 들어 지난 1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3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5월 들어 LG화학(화학)과 포스코(철강) 외에도 호텔신라(순매수 4위·720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KB금융(순매수 5위·600억원)과 신한지주(순매수 6위·580억원) 등 금리 상승기에 이익을 낼 수 있는 금융주에도 주목했다.

연·기금의 투자 키워드 역시 ‘경기 회복’이었다. 해운 업체인 HMM(순매수 6위·310억원)을 비롯해서 의류업체 휠라홀딩스(순매수 8위·280억원),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순매수 9위·270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경기 회복과 소비 증가 등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기업에 많이 투자한 것이다. 투자 업계에선 연·기금이 많이 순매수한 대한항공이나 HMM처럼 여객과 화물의 ‘이동’과 관련된 종목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 활동 재개 과정에서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일부 경기 민감주나 금융주 등은 작년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 속에서도 주가가 성장주 등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않았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피가 2000선에서 3000선을 돌파하는 수준까지 오른 것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은 종목들을 외국인이나 연·기금이 많이 사들이는 측면도 있다”면서 “또한 경기 민감주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경제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그간 수익을 많이 내기 어려웠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수익이 늘 것이라고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연기금, 반도체주는 판다

5월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주식은 ‘반도체주’다. 삼성전자를 1조1530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452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순매도 1~2위다. 연·기금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순매도 1위(2880억원), SK하이닉스가 2위(1010억원)였다.

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외국인과 연·기금 모두 반도체 업종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은 늘어나는 방향으로 정상화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증가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순매수세 속에 반도체주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개인 투자자는 5월 들어 삼성전자(1조4340억원 순매수)와 SK하이닉스(6880억원 순매수)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12일 전일 대비 1.48% 하락한 8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작년 12월 30일 종가(8만1000원)보다도 주가가 낮아진 것이다. 황민성 연구원은 “(생산에 반도체가 필요한) 모바일 기기나 노트북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있을 것”이라며 “경제 회복 국면에서 PC나 TV 등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반도체주 주가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외국인들은 셀트리온(순매도 5위·1600억원)과 신풍제약(순매도 9위·1020억원) 등 바이오주도 많이 팔았다. 이 종목들은 공매도 재개 이후 공매도가 많이 이뤄진 종목이기도 하다. 연·기금은 반도체주 외에도 네이버(순매도 3위·810억원)와 카카오(순매도 5위·450억원) 등 ‘테크주’를 많이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