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로 주식 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절세 상품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세금 부담을 낮춰야 실질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어서다.

절세 상품은 정부가 세수 확보 차원에서 계속 줄이고 있어서 선택지가 많지 않다. 그런데 최근 주식 투자와 세(稅)테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중개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새롭게 등장하고, IRP(개인형 퇴직연금)에선 수수료 제로 상품이 출시되면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중개형 ISA와 IRP 중에 어떤 상품이 더 몸에 맞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중개형 ISA는 지난 2월 출시 이후 63만명 넘게 가입했고, 수수료가 없는 IRP 역시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여유 자금이 넉넉하다면 두 상품의 가입 한도까지 꽉 채워서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겠지만, 자금 상황이 빠듯한 상황에선 전략이 필요하다. 삼성증권에 의뢰해 투자자별 절세 시나리오를 정리해 봤다.

◇주부 A씨, 국내 대표주 투자하려는데

주식 투자가 가능해진 중개형 ISA가 답이다. ISA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중개형 ISA에서 주식을 매매하는 경우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주식에서 발생하는 배당 소득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둘째, 주식으로 손해를 봤다고 해도 해외 펀드처럼 세금 부담이 있는 자산과 함께 투자했다면 손익통산 기능을 활용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중개형 ISA에서 주식을 매수한다면, 고배당주 혹은 세금 부담이 높은 고수익 해외 주식형 펀드를 짝꿍으로 편입해야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공격적인 주식 투자만 즐기는 B대리

IRP를 활용하면 최대 16.5%의 무위험 차익 거래가 가능하다. IRP는 연간 700만원까지 13.2~16.5% 세율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이니까, 어떻게 보면 13.2~16.5%는 무위험 수익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와 해외 주식형 펀드 등은 매도 즉시 세금을 내지 않고, 과세 시점까지 이연된다.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부분까지 투자 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운용을 원한다면 꼭 챙겨야 할 혜택이다. 또 이 상품들은 수익금이 커지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이 생기는데, IRP는 연금 계좌라서 연금을 타서 쓸 때까지는 투자 수익에 대해 과세되지 않는다.

◇내년 ISA 만기 고민하는 C부장

ISA는 만기가 5년이다. 그런데 만기가 왔다고 해서 바로 해지하지 말고 갈아타기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ISA 자금은 만기일 이후 60일 이내에 IRP 계좌로 넣을 수 있다. 이때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IRP 계좌에 넣은 금액 중 10%(최대 300만원)는 기존 세액 공제 한도와 별도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즉 기존 연금 계좌의 세액 공제 한도는 700만원인데, 추가로 300만원이 더해져서 최대 100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은퇴 앞두고 조급해진 50대 회사원 D씨

노후 대비가 코앞에 닥친 만 50세 이상 근로자는 202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늘어난 IRP 세액 공제 혜택을 활용해야 한다. IRP 세액 공제 한도는 원래 700만원인데, 만 50세 이상이면 900만원까지 올려준다. 단 만 50세 이상이어도 총 급여액이 1억2000만원(종합소득금액 1억원)을 초과하거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면 제외된다. 만약 여유 자금이 2000만원이라면, 900만원은 가장 먼저 IRP에 투자하고 나머지 1100만원은 ISA 계좌에 입금해서 운용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