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증시는 개인 수급으로 간신히 버티는 장입니다. 개인들이 사 주지 않았다면 (외국인과 기관 매도 때문에) 코스피는 지금쯤 아마 2700일 겁니다.”(대형 증권사 A부장)

5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팔자 공세가 심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에는 셀인메이(Sell in May, 5월에는 주식을 팔고 떠나라)라는 증시 격언이 있는데, 통상 5~10월의 주식시장이 11~4월에 비해서는 좋지 않았다는 과거 통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21일까지 외국인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8조77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 치웠다.

만약 이달 말일까지 역대급 ‘사자'가 나타나지 않고 이 정도 수치로 마무리된다면, 월별 기준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코로나 쇼크가 정점을 찍었던 작년 3월(-12조555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종전 역대 두 번째 최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쳤던 지난 2007년 8월(-8조7000억원)이었다.

1년 기준으로 봐도 외국인 매도세는 엄청나다. 작년 한 해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24조57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5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작년 전체 순매도 금액의 70%를 처분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가상화폐 변동성이 커지고 금융시장 과열 우려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심이 위축된 상태”라며 “인플레이션 우려와 겹쳐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가치주 같은 방어형 자산으로 대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 비중은 35%에 달하는 만큼 외국인이 사줘야 주가도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번 주는 전반적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두드러지는 한 주였다”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금값으로 나눈 비율이 최근 한 달 새 30배에서 20배 수준으로 하락해 지난 2월 수준으로 회귀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음 주 국내 증시가 중립적인 흐름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5월 셀코리아 상황에서도 외국인이 사 모은 종목들은 있었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는 LG화학이었고, SK텔레콤, 더존비즈온, 호텔신라, KT, LG유플러스, 현대글로비스, 신세계, 하이브, 아모레퍼시픽 순이었다.

LG 화학 여수 NCC 공정 전경./LG 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