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코로나 강세장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가격마저 폭락하면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이 대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사진은 주가 시세 그래프를 배경으로 찍은 비트코인 모형./로이터 연합뉴스.

☞ ②/③편에서 계속

현재의 주식시장은 과열일까,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을까?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지 1년 반 동안 주가가 급격히 많이 올랐다. 지금 현재 주식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과열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3월 주가 저점부터 14개월 동안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PER(주가 대비 기업 이익 비율)가 평균 50%가 상승했다. PER가 50% 올랐다는 이야기는 기업의 이익 증가율보다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는 뜻이다. 예컨대 현재 PER가 8이라고 가정할 때 기업들의 이익이 50% 증가하는 동안 주가가 125% 오르면 PER가 50% 오르게 된다.

실제로 주가는 그만큼 올랐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동안 기업 이익이 50% 상승했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향후 1년간 50% 정도 오를 것을 미리 예상해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그러니 기업의 주가가 이익 증가 추이보다 훨씬 앞서 가 있으니 과열인 상황이다.”

—어떤 사람들은 저금리 추세에 비추어 보면 주가가 아직 저평가 되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저금리 때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금리 대비 주가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도 주가 과열로 나타난다. 미국 나스닥에 PER가 50 이상인 기업이 많다. PER가 50이라면 100달러 주고 주식을 한 주 사면 1년간 벌어들이는 기업 이익이 2달러라는 뜻이다. 연간 투자수익율이 2%이다. 지금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의 수익률이 1.6%이다. 이 1.6%는 미국 재무부가 보장해 주는 수익률이다. 이 금리가 곧 2%가 될 수도 있다.

전세계 시장 전체로 봤을 때 주식의 수익률과 미 국채 같은 안전자산의 수익률 간의 격차가 아직 역전은 안됐지만 많이 좁아졌다. 그동안 주가가 급격히 오른 결과 현재 주가 수준이 거품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 먹을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주가는 언제쯤 냉각될까?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때문에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일단 코로나 사태가 끝나 경기가 회복되면 물가가 올라간다. 지금까지는 식당과 항공 등 서비스 요금이 코로나 사태 때문에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예컨대 유럽으로 관광객이 몰려가면 서비스 요금이 올라갈 것이다. 돈이 많이 풀려서 원자재 가격도 올라가고 있는데, 이런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구리와 아연과 니켈 등 모든 금속 가격이 1년 사이에 100%나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당시 고점보다 지금 가격이 더 높은 것이 많다. 목재가 2배 수준이고, 구리, 아연, 니켈도 그렇다. 국제 유가만 예외이다. 유가는 2008년 3월 140달러였는데 지금은 60달러 대이다. 하지만 지금 꾸준히 오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왜 그렇게 오르나?

“코로나 사태로 공급 차질이 빚어진 반면, 돈이 많이 풀려서 자산 인플레이션이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리의 경우 칠레의 광산에서 광부들이 코로나 사태로 채굴을 못하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될 것을 예상해 선구매 수요가 가세했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고, 금리가 오르면 시중 유동성(자금)이 줄면서 유동성이 주가를 끌고 올라가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

마스크 착용 규제가 해제된 지난 5월 19일, 손님들로 자리가 꽉 찬 뉴욕 브루클린의 한 식당./EPA 연합뉴스

—과열된 주가는 언제쯤 냉각될 것 같은가?

“아직 통화량 증가율이 조금 주춤한 상태이지, 유동성이 급격하게 줄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원자재 가격이 금세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금리가 올라갈 확률이 높다.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높아진다. 그래서 주가는 하반기로 가면서 주춤할 것이다. 금리와 비교해 볼 때 주식에 투자해서 그렇게 먹을 것이 없다. 장기자산 운용자들이 주식에 큰 매력을 못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이 포트폴리오에서 너무 높아진 주식비중만큼 덜어내 다른 안전자산으로 옮길 유인이 커졌다.”

—하반기 주식 시장을 전망하면?

“지난 1년처럼 그리 밝지는 않다. 주가 폭락 등 충격은 오지 않겠지만 주가 조정 등 횡보가 있을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 상황이 기대치보다 좋은가, 경기가 향후 좋아지는가, 기업 이익이 앞으로 기대 이상으로 더 좋아지는가 하는 점인데 이미 이러한 기대치가 주가에 반영이 되어 있다.”

하반기 주가 발목 잡는 요인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들을 다시 정리해달라.

“하반기에 금리가 오르고 미국이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들의 이익이 준다. 또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줄어든다.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해 자사주를 사들여야 하는데 차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협의의 통화인 M1 기준으로 볼 때 유동성 증가율도 4월에 전년 동기 대비 300% 증가했는데, 본원 통화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기저효과로 인해 하반기에는 이 증가율이 30~40% 수준으로 둔화된다. 주식 시장에 호재가 점점 줄어드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올해 7%에 이르고 실업률이 올해 5% 초반대가 되면 경제는 완전히 정상화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주가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법인세 인상 조치는 기업들의 이익을 감소시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AP 연합뉴스

—만약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는 예전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짧지만 굵은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면 주가가 단기에 급락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뒤늦게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강세장 초입에서는 시세 상승이 가파른데 이 때 돈을 빌려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다. 코스피 주가지수 2400 정도에서 신규 계좌 개설이, 2700에서 신용융자가 많이 늘었다. 뒤늦게 돈을 빌려 주식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고객예탁금도 주가지수 2500부터 가파르게 늘었다. 주가지수가 3200, 3300 정도인 현재 시점에서 보면 상승폭의 8부 능선에서 증시에 들어온 셈이다. 주가가 더 오르지 못하면 그 사람들은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손절매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도 그러한 현상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동학-서학 개미 같은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주식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운이 좋아 큰 돈을 번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돈을 빼서 부동산 같은 ‘안전 자산’에 넣어야 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자기가 보유한 자산 배분의 한 행태로 주식 시장에 일정한 규모의 돈을 넣어두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어디에 돈을 넣을지, 공격적으로 투자할 지, 보수적으로 할 지 잘 결정해야 한다. 주식투자를 보유자산 배분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시황 분석보다는 장기투자할만한 우량 기업을 찾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꼭 고성장 기업이 아니어도 좋다. 스타벅스와 맥도널드, 화이자 같은 기업들은 안정적인 성장기업이다.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도 그런 기업들이다. 루이비통 같은 럭셔리 상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들도 안정성장 기업들이다. 고성장 기업 대신 이런 안정성장 기업도 장기투자 대상으로는 좋다. 우리나라에도 소비친화적인 안정성장 기업들, B2C(소비재 기업)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미국 커피체인점인 스타벅스는 국내의 서학 개미들이 장기적인 투자대상으로 꼽을 만한 안정적인 성장 기업으로 통한다. 사진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위키피디아

계속 이어질 서학개미 운동

코로나 사태로 나타난 독특한 현상인 서학개미에 대해 추가 질문을 던졌다.

—주가의 상승 여력이 줄어들면 사람들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서학개미 현상은 어떤가?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에서 미국이 50%를 차지한다. 한국은 약 3%이다. 미국이 세계 주식 시장의 중심이니 서학개미 현상도 이어질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다. 서학개미들이 해외 증시에 눈을 떴기 때문에 앞으로 서학개미 행렬은 계속 늘어날 것 같다.”

김 수석이 이때 딸 이야기를 꺼냈다.

“딸이 직장 초년생인데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외주식을 뭘 살까, 테슬라를 살까 하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테슬라만 빼고 사라고 했다. 지금 가장 좋은 주식이 아니라 앞으로 좋아질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 지금 서학개미들이 고성장주에 너무 쏠려 있는데, 지금 고성장주가 내년에도 고성장주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는 한국 서학 개미들에게 큰 주가 차익을 안겨 줬다. 하지만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고성장 추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지난 17일 독일 베를린 근처의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의 공장 건설 현장에서 헬멧을 벗어 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에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를 만들어 의견을 주고 받으며 헤지펀드들이 공매도한 주식을 무더기로 사들인 사건이 있었다. 그 바람에 헤지펀드가 두손을 들었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를 공격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를 공격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주식 시장에서 누군가 팔면 다른 사람은 사야 한다. 그러니 기관이 팔면 개인이 사는 형태이지, 개인이 공매도가 많은 기관을 공격할 목적으로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개인들이 연기금의 투자수익률에 실망한 나머지 펀드를 해지하고 자신이 직접 투자에 나서기 때문에 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운용규모가 줄어든다. 그런 측면에서 대립 관계가 생기는 정도이다.”

한국판 ‘월스트리트베츠’ 생길까?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주주행동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당분간은 주주 권익을 주장하는 형태로 갈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월스트리트베츠 같은 현상이 한국에도 일어날 수 있다. 외국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의 컴퓨터 알고리즘 투자, 공매도 방식 투자에 많이 당한 개인 투자자들이 힘을 합해 자금을 키워 특정 주식별로 대응할 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코너에서 의견을 교환하며 공동으로 행동해 헤지펀드들을 굴복시켰다. 사진은 월스트리트베츠 홈페이지 화면.

—개인투자자들이 의견을 모아 한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거나 팔면 주가조작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지 않나?

“미국은 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법상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 점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암호화폐 가격의 움직임

주식투자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가 상승이 주춤하자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 바람에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면서, 언제 꺼질지 모르는 가상자산 거품이 생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뜨겁다. 가상 자산은 주식과 달리 기업과 같은 경제적 펀더멘틀(토대)이 없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나?

“암호화폐는 가치저장 수단으로는 불충분하지만 거래수단으로는 일정 부분 기능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리를 잡고 보편적으로 통용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암호화폐의 확산에 반대할 것이다. 정부는 암화화폐를 매개로 한 상거래에서 세금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반대한다. 중앙은행은 암호화폐가 통제가 안되는 유동성이 되면 그림자 금융이 될 수 있어서 반대한다. 누군가 암호화폐를 매개로 수신 기능을 하면 통화량 관리의 사각 지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암호화폐는 국경간 이동이 쉽고 외환거래의 리스크(위험)를 피할 수 있다. 또 일부 상거래에서는 기존 화폐보다 편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규모가 지금보다 좀 더 커지기는 할 것 같다. 하지만 제도권의 저항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사이에 가격의 변동성이 클 것이다. 그리고 암호화폐 가운데 절대 강자만 살아남을 듯 하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 직원들이 지난 4월 14일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며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UPI 연합뉴스

—암호화폐의 가격은 어떤 추이를 보일 것 같은가?

“일단 가격이 고점까지 가서 후퇴하면 상당 기간 동안 그 고점과 예전 저점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움직일 것 같다. 가치저장 수단으로는 인정을 못받고, 거래수단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주식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우상향하는 안정성은 보이지 못할 것 같다.”

주식 대신 암호화폐 살 만한가?

—주식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포기하고 대신 가상자산에 올인할 만큼 가상자산이 의미있는 투자시장인가?

“가상 화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지는 않아서 잘 모른다. 다만 주식은 기초자산이 있어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기초자산이 없고 밸류에이션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이다. 가상화폐의 기능은 인정하지만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가격을 산정할만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암호화폐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전세계 상거래에서 사용되는 모든 경제 주체들의 결제 금액 가운데 암호화폐가 사용되는 비중이 예컨대 20%라고 하면 그것을 근거로 암호화폐의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가운데 50%를 차지하면 전체 결제금액 가운데 10%를 차지하니, 이것을 기준으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을 매길 수 있다. 누군가 지금 그 적정한 시가총액을 찾았으면 좋겠다.”

미국의 전자결제전문업체인 페이팔은 암호화폐의 상거래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페이팔 본사./위키피디아

—그렇게 되려면 암호화폐가 상거래에서 상당히 많이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암호화폐가 상거래에서 사용되는 규모는 미미하다.

“지금은 없어도 앞으로 얼마쯤 사용될 것이라는 추정이 있으면 된다. 암호화폐가 일단 거래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달러나 유로화 외에 예비적 결제 수단으로 그것을 보유하게 된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투자를 했을 것이다.”

빚투 개미들 대재앙 우려

—주가가 끝물인 상황에서 암호화폐 가격의 하락이 겹치는 상황이 벌어지면 투자자 대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암호화폐는 기초자산이 없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클 것이다.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가능한 자산도 과열과 과랭 현상이 발생하는데 밸류에이션이 불가능한 자산이 과열과 과랭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초자산이 없어 밸류에이션 자체가 불가능하니 비교 기준이 있어야 하는 과열 과랭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어렵다.

주가가 더 이상 오르기 어려워 주식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가격까지 급변동하고 있으니, 최근 비싼 가격에 주식과 암호화폐를 산 사람들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암호화폐 광풍의 뒷처리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지난 4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업 관계기관, 증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

“일단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일종의 그림자 금융이다. 제도권을 벗어난 금융이므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미 그럴 정도로 시가총액과 거래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그리고 암호화폐에 과세를 해야 한다고 본다. 주식시장은 과세하고 암호화폐는 과세를 안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

한국 증권시장이 발전하려면

인터뷰를 하는 동안 탁자 위에 놓인 김 수석의 스마트폰이 수시로 몸부림을 쳤다. 매우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김 수석과 마주 앉은지 벌써 2시간 40분이 지나 시계가 4시 50분을 향해 간다. 마무리 지을 시점이다. 그가 35년간 증권업계에 몸을 담았으니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을 위해 제언할 말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한국 증권시장이 발전하려면 어디를 벤치마크해야 하나?

“미국이다.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도 크고 현재 글로벌 스탠더드(기준) 아닌가?”

매일 매일의 주식 시황이 발표되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링 시스템 옆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AP 연합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두가지이다. 첫째, 증권 관련 규제를 미국처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은 대주주 제한, 증권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엄격하고 상세하게 규제하고 있다. 대신 이렇게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한다. 자산운용사의 시장 진입도 자유롭다. 반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정부가 규정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은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그래도 선진국에 비하면 차이가 난다.

둘째, 벤처기업들이 많이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 반면 상장 후 규정을 위반하거나 상장 때 내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에 한국거래소가 제도 정비를 검토하고 있지만, 한국의 상장 제도에 개선할 여지가 있다. 좋은 기업들이 엄격한 상장 조건 때문에 상장 못하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 어느 정도 요건이 되면 상장시켜서 시장이 그 기업을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 기능을 살리는 것이다. 박지성이나 손흥민 같은 기업만 상장시켜서는 안된다. ‘제 2의 박지성’이나 ‘제 2의 손흥민’이 될 기업을 상장시켜 시장이 평가하고 자금을 대어서 육성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의 주제인 동학-서학 개미 운동의 의의를 요약하면?

“증권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동학과 서학 개미 운동은 가계자산 배분의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된다. 주식을 가계자산 배분의 의미있는 한 대상으로 삼으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앞으로도 동학-서학 개미 추세는 더욱 확대될 것 같다. 물론 그 흐름이 반드시 순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에 대해 반드시 이기고 수익률을 주도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시장에 참여한 의미 있는 주체세력으로 앞으로도 유지가 될 것이다. 미국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많이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면서 증권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KTB투자증권 회의실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코로나 사태 이후 생긴 개인 주식투자자들의 동학-서학 개미 현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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