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거래는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면 일확천금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틀리면 투자원금을 금세 모두 잃어버리는 위험을 안고 있다. 사진은 1848년에 창립되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선물시장인 시카고상품거래소./위키피디아

☞ ①/③편에서 계속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코로나 사태 때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간 이유에 대해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렇다면 동학-서학 개미로 명명되는 이번의 개인투자자들은 과거와 달리 어떤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을까?

“이번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려들어온 것을 보고 나도 좀 놀랐다. 예전의 매매 패턴을 보면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갈 때 뒤따라오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떠넘기는 형태였다. 그러나 지금의 매매 패턴을 보면 개인들이 외국인들을 추종하지 않는다. 개인들의 집단 지성이랄까? 아니면 개인들이 더 스마트해졌다고 해야 할까? 정보의 유통이나 투자자 수준이 많이 향상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젊어진 개인투자자들

—김 수석이 처음 증권업계에 들어왔을 때와 비교하면?

“내가 처음 증권가에 들어온 1980년대에는 ‘백할머니’ ‘광화문 곰’ 처럼 몇몇 큰 손들이 있었다.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공부도 안하는 투기적 개인이 대다수였다. 지금은 알게 모르게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이유는?

“연령대가 좀 더 낮아졌다. 젊은 사람들은 공부를 하면서 투자한다. 최근에 유튜브에 경제방송이 많이 생겨 개인투자자 교육을 많이 시키고 있다. 덕분에 개인투자자들이 증권 애널리스트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개인들이 유튜브 방송의 다시 보기를 반복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 이야기를 개인투자자들이 어떻게 들을 수 있나? 하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A 증권사, B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자료를 비교해 판단하고, 서로 동호인들끼리 모여서 투자토론회도 하니 과거의 개인투자자들과 확연히 다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유튜브 등 온라인 주식투자 강의가 붐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김한진 KTB 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의 유튜브 강의.

—온라인에서 돈을 받고 유망한 투자 종목을 알려주는 속칭 리딩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전에도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이 있었다. 닉네임을 걸고 참가비를 받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식이었다. 이런 것들이 지금 온라인화, 유튜브화 된 것이다.”

주식공부 열심히 하다

—현장에서 볼 때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기는 어느 정도인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개인투자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그 당시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1000명 이상 모이는 강당에서 강의도 했는데, 그들의 눈빛이 살아 있었다. 청중들은 거의 다 젊었다. 30대와 40대가 많았고, 부부가 손잡고 오기도 했다. 이들은 재테크를 즐기면서 생활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 절박한 사람도 많았다. 예컨대 휴식시간이나 강연 도중에 질문을 하는데 수준이 아주 높았다. 공부를 많이 한 흔적이 역력했다. 투자 관련 강연을 많이 듣고 독서량도 많은 것 같았다. 주식 이외에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코로나 사태 전에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국내 주식 투자에는 아직 세금을 낼 필요가 없으니, 노력하면 남들보다 스마트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었을까?”

30대와 40대 투자자들은 재테크 강의도 열심히 찾아다니며 주식 공부를 한다. 사진은 김동환 삼프로TV 김프로가 2020년 12월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레이어57'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2021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유튜버 고수 특강을 하는 모습./김연정 객원기자

—코로나 이후에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내가 투자자들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유튜브 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튜브 방송의 댓글이 엄청나게 많이 달린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유튜브가 제대로 활성화가 안되어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유튜브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부를 하려는 열정이나 자세가 매우 좋다.”

김 수석은 과거와 달리 요즘 증시에는 젊은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와 열심히 공부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 피터 린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항상 ‘(기업 분석 같은) 숙제를 열심히 하라’고 강조했는데, 한국의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질문을 이어갔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 그는 항상 투자자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위키피디아

주식투자 증가의 부작용

—주식은 투자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많이 들어오면 문제도 많이 생길 것 같은데?

“가계 부채가 많이 늘어나 1600조원이나 된다. 가처분 소득 대비 140%나 되고, GDP(국내총생산) 대비 100% 정도다. 절대 규모도 문제이지만 최근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 문제이다.”

주식 투자 붐이 불면서 빚을 얻는 가계들도 늘어났다. 사진은 지난 4월 29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연합뉴스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나?

“가계 자산과 부채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지게 된다. 가계 자산은 소득 상위 계층이 갖고 있고, 가계 부채는 소득 하위 계층이 많이 갖고 있다. 이러한 가계 자산과 부채의 불균형은 코로나 이전에도 심했는데, 코로나 이후에 더 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부채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적지 않은 부채가 주식과 부동산, 여러 위험자산을 사는 쪽으로 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신용융자(대출)도 많이 늘었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문제가 없지만, 주가가 떨어졌을 때를 생각해 보라. 차입금을 상환하라는 압력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빚을 내서 주식 투자한 하위 계층의 상황은 투자 이전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성공하기 정말 어려운 단기 투자

—그러면 지금 현재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투자 전략을 취해야 하나? 빚을 내서 주식에 넣은 돈을 빼내서 빚을 다시 갚아야 하나?

“아니다. 집도 ‘빚투’하는데 주식이라고 빚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빚투의 한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빚투를 하게 되면 단기 시황에 민감해져 좋은 종목을 꾸준히 들고 있지 못하게 된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에게 여유 자금이 어디 있나? 집 살 돈, 아들 장가 보낼 돈… 모두 사연이 있다. 그런데 빚투까지 하면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단기 시황 변동에 연연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주가가 떨어지면 손절매(추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파는 것) 할 수 밖에 없다.”

—단기는 어느 정도 기간인가?

“하루, 한달, 길게는 1년까지도 단기라고 볼 수 있다. 이 기간에 대한 시장 분석은 투자 전략의 참고 사항으로 삼아야지, 이 분석에 근거해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단기 시황에 얽매이는 것은 좋은 투자 전략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사진은 한국거래소의 주가지수 전광판./뉴시스

—단기간에 샀다가 단기간에 파는 거래를 반복하면서 수익을 올리면 되지 않나?

“그렇게 하려면 하루하루 주가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내가 40년 가까이 시황을 매일매일 예측하는 일을 해 왔지만, 시장은 잘 예측이 안된다. 언제 어디서 흐름이 꺾일지 정확히 예측해야 하는데, 주가의 흐름에는 기업이익 뿐 아니라 감정과 다른 여러가지 수급요인이 있기 때문에 변곡점의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주가 흐름은 야성이 있는 맹수와 같아서 움직임을 맞추기가 어렵다.”

선물로 흥했다가 선물로 망하다

—하루 24시간 동안 모든 신경을 주가 예측에 집중시키고 각종 첨단 분석 기법을 동원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주가 예측이 그렇게 어려운가?

“내 경험에는 매우 어려웠다. 유능한 애널리스트라면 주가가 상승하는 강세장이냐, 주가가 하락하는 약세장이냐를 잘 맞춰서 강세장이라면 자금을 투입하고, 약세장이라면 자금을 빼야 한다. 그런데 강세장이냐, 약세장이냐를 50% 정도만 맞춰도 레전드급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아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확률 50%라고 하면 홀짝 게임하는 것 아닌가? 맞추냐 못맞추냐 하는 확률이 반반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도 약 40년간 시장에 있었지만, 40년간 꾸준히 시장 흐름을 맞춘 사람은 보지 못했다. 10년 정도 꾸준히 맞춘 사람도 기억이 안난다. 지나가니 그 당시가 강세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진행중일 때는 잘 모른다.”

매일 매일의 주식 거래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증권사 트레이딩 룸./위키피디아

—단기 시황을 기가 막히게 맞힌 사람이 전혀 없었다는 뜻인가?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런 사람들은 주로 선물(先物) 거래를 하는데, 매우 드물다. 나도 몇 명 봤는데 큰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러나 꾸준히 가는 경우는 없었다. 선물로 큰 돈을 벌었지만, 선물로 망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돈을 차입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갈 경우 순식간에 투자원금을 모두 날리기 때문이다. 한 때 선물로 수천억원을 벌어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A씨도 지금은 선물로 망해 돈을 모두 잃고 생활비를 친척들에게 받아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생거지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바람직한 투자전략은?

—그러면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일 시황을 분석해서 따라가려고 하기보다는 시황은 참고만 하라. 대신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성장하는 산업, 그리고 그 산업 가운데 우량 기업을 찾는 데 쏟아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택하라. 시장의 단기 변곡점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예컨대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부분이 세계 1위인데, 비메모리 부문까지 진출한다고 하니 큰 흐름을 봐야 한다. 만약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는다고 가정해 보자. TSMC는 비메모리 밖에 없다. 삼성전자처럼 모바일이나 가전도 없는데 시가총액이 현재 644조원이나 된다. 삼성전자는 476조원 정도이다. 그러니 삼성전자가 몇 년 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TSMC를 따라 잡으면 현재의 시가총액이 TSMC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러한 합리적 장기 흐름에 비춰 투자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국내 주식 가운데 대표적인 장기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뉴시스

—다시 한번 물어 보자. 주식투자자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단기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뜻인가?

“주식 투자를 해서 단기에 큰 돈을 버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다.”

—이유는?

“1980년에 코스피 지수가 100이었다. 41년이 지난 지금 32배 올랐다. 주식의 바탕이 되는 기초자산은 기업이다. 기업은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결국 주가 지수는 우상향으로 상승한다.

그러나 41년 동안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나? IMF 외환위기,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었다. 단기 투자자들은 IMF 외환위기 등 주가 급변기에 주가 변곡점에 모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 능력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주가지수의 변곡점을 모두 맞춰서 장기간 성공한 자산운용사는 전세계에서 보지 못했다.”

—그 논리를 앞에서 예로 든 삼성전자에 적용시켜 본다면?

“IMF 외환위기 때 삼성전자가 액면가 5000원일 당시 주당 4만원이었다. 지금 액면가 100원에 8만원이니까 5000원 기준으로 하면 400만원이다. 100배 올랐다. 삼성전자는 예전에도 우량주였다. 그러니 우량주를 사서 그냥 들고만 있었으면 세금 하나도 안내고 가격은 100배나 오른 셈이다.”

김 수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투자 전략은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자인 제시 리버모어의 ‘모멘텀 투자’보다는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1929년 대공황 전후 큰 돈을 벌었던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 그는 기업분석보다는 주가의 흐름을 빠르게 쫒아가는데 치중하는 '모멘텀 투자법'의 창시자로 꼽힌다./위키피디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주가 흐름보다는 주식의 기초 자산이 되는 기업의 경영실적을 중시하는 가치투자 기법을 사용해 거부가 됐다. 2018년 5월 7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당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AP 연합뉴스

테마주 투자

—김 수석의 투자철학을 다시 요약해 달라.

“성장주를 장기투자하면 돈 벌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지수의 변곡점에 모두 대응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주가의 상승기간이 하락기간보다 더 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80년부터 따져 보니 상승기간이 하락기간보다 2배 정도 길었다. 망하지 않는 기업만 잡고 있었다면 돈을 벌 수 있었다는 뜻이다.

주가 하락기간은 상승을 위한 조정장이라고 봐야한다. 이렇게 보면 산업의 추세를 보고 경쟁력 있는 산업 내에서 좋은 기업을 골라 장기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이다. 강세장에서는 돈을 넣고, 약세장에서는 돈을 빼는 전략은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내가 경제와 시황 분석을 40년 가까이 해보니 너무 하루하루의 시장 분석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테마주 투자는?

“테마주 투자를 하더라도 성장산업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찾아야 한다. 추세성이 있는 테마주는 성장산업이다. 예컨대 2차 전지, 5G(세대) 통신,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같은 산업은 기술변화, 인구구조, 소비트렌드를 봤을 때 장기성장 산업이다. 그린에너지도 장기성장 업종이므로 이런 것은 길게 보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장산업은 마땅히 세상이 그쪽으로 가야하는 방향이다. 다만 성장산업이라고 해서 그 산업 내 기업들이 모두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산업의 경우 노키아와 LG는 사업을 접지 않았나? 성장산업 내에서 기업간 선수 교체가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결국 기업을 잘 봐야 한다.”

주식 테마주 투자도 성장 산업의 주식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사진은 네이버 금융 페이지에 실린 테마주 동향.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이 투자위험을 중간 정도로 만들어 놓은 성장산업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는 것이 한 방법이다. 성장산업 ETF들이 많이 나와 있다. 해외 성장산업의 ETF도 있다.”

김 수석은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할 때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상세히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 주식 시장은 과열인가 아닌가?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더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 암호화폐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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