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 화폐의) 거래소 상장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살아남는 코인이 없을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부가 가상화폐의 상장 규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데, 가상 화폐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2일 국회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금융정보분석원(FIU)·경찰청 등은 전날 오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에 국내 가상 화폐 현황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잡코인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상장에 대한 규제를 준비 중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정부는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발행된 코인에 투자한 사람들과 투자금이 많은 상황에서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상장 규제 시 살아남을 코인이 없을 것 같다는 고민도 있다”고 답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는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 화폐들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인 열풍이 한창이던 2017년 7월 가상 화폐의 국내 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을 금지했다. 이후 코인 업체들은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 코인을 발행한 뒤 이를 국내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그런데 코인 상장에 대한 기준이 거래소마다 다른 데다 문턱도 낮아서 잡코인이 너무 쉽게 상장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엔 64개, 일본 비트플라이엔 8개가 상장돼 있는 반면 한국의 업비트엔 178개, 빗썸엔 176개 코인이 거래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내 4대 가상 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에 상장된 코인은 104개에 달한다. 하루에 한 개꼴로 새로운 코인이 상장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