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80% 이상, 30대의 60% 이상이 토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젊은 고객 층이 토스뱅크의 최고 경쟁력입니다.”

9일 금융위원회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인가를 받은 토스뱅크 대주주인 토스의 이승건(39) 대표는 “금융권에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토스뱅크가 토스증권만큼 큰 돌풍을 일으킬 겁니다. 국내 최대 리테일 증권사가 200만계좌까지 가는 데 7년여가 걸렸는데 토스증권은 두 달도 안 걸렸어요. 4월 중순엔 토스증권 계좌가 하루에만 50만개씩 신설됐는데 이는 한국 금융 역사상 최다 기록입니다.”

간편 송금 앱인 토스라는 작은 핀테크 창업자에서 은행·증권·보험을 갖춘 디지털 금융사의 수장으로 변신한 그는 이날 2년여 만에 첫 공식 인터뷰에 나섰다. 그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단독 인터뷰했다.

토스의 절대 지지층은 2030세대다. 토스 앱은 전체 20대 인구 700여만명의 80%, 30대의 67%를 가입자로 확보했다. 토스증권 계좌도 70%가 2030층이 갖고 있다. 그는 “토스 앱 가입자 2000만명이 토스뱅크의 1차 목표 고객”이라고 했다.

토스뱅크는 이르면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토스 고객들의 송금 한도가 토스뱅크 사용으로 현행 1회 200만원에서 1억원까지로 늘어난다. 또 시중은행 평균보다 싼 대출과 높은 예금 이자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승건 토스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토스 사무실의 로고 앞에 서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내가 제안한 것도 직원 회의를 통해 절반 정도가 반려되는데 그때마다 내가 보지 못한 걸 짚어주는 훌륭한 직원들이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며 "일이 너무 재밌어 결혼은 향후 3년간은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수퍼앱으로 ‘인터넷은행 삼국지’에 도전

금융업계에선 토스뱅크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양강 체제인 인터넷은행 업계의 판도를 휘젓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인터넷은행 시장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과 연계된 카카오뱅크가 앞서가고,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제휴하며 고객을 늘린 케이뱅크가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고객 숫자도 카카오뱅크가 1600만명, 케이뱅크가 600만명 수준이다. 토스뱅크가 토스앱 가입자 2000만명 잡기에 성공할 경우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은행·증권·보험·결제 등을 한군데로 모은 수퍼(super) 앱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토스 앱 가입자는 2000만명이 넘었고 월간 이용자(MAU)는 1100만명입니다. 한 앱에 모든 금융 서비스를 모은 회사는 아직까지 세계에 전례가 없었습니다.”

토스뱅크가 이자율 연 5% 안팎인 중금리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도 밝혔다. 토스뱅크는 2023년까진 총 신용대출의 44%를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채울 예정이다. 이는 경쟁자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내세운 30%, 3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날 카카오뱅크도 중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벌써부터 토스뱅크의 신규 진입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으로 베트남 사업 진출 현황도 공개했다. 작년부터 간편 송금·체크카드 등에 진출해 사용자가 300만명이 넘었다. “최근 매월 50만명으로 사용자 증가 속도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토스뱅크도 동남아까지 영역을 넓힐 겁니다.” 출범 4년째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아직까지 해외 진출을 못 한 상태다.

/그래픽=김성규

◇“10년 뒤 금융의 40%는 온라인화돼 있을 것”

토스의 성공 가능성에 투자자들도 몰렸다.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페이팔 등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싱가포르투자청) 등이 지분 참여했고, 최근엔 국책은행 중 최초로 산업은행도 800억원 투자를 논의 중이다. 이날 비바리퍼블리카는 공시를 통해 기업 가치가 8조2000억원이라고 밝혔다. 토스뱅크의 경우 일단 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발하지만, 5년간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으로 불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10년 뒤 금융 환경은 “40% 정도는 온라인화돼 있을 거다. 금융 상품 제조는 금융사들이 하고 핀테크들이 중개 판매를 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테크핀(금융을 겸비한 IT사)’이든 ‘핀테크(IT를 갖춘 금융사)’든 IT를 제일 잘하는 회사가 종국엔 이길 걸로 예상했다. 금융사가 IT를 더해 가는 게 더 쉽지만 은행들이 고전하는 이유로는 유연성 부족을 들었다. IT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하고 적극적인 반면, 은행들은 공적 역할과 위험(리스크) 관리에 치중한 결과 변화가 더뎠다는 말이다.

이 대표 역시 “비금융인으로서 금융을 하면서 장애물보다 유익한 점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간편 송금이나 신용 조회·대출 비교 서비스는 금융을 모르는 외부자 시선에서 고객에게 좋은 게 뭔지 먼저 상상하고 실행한 결과였습니다. 규제와 금융 속성을 훤히 알았다면 오히려 못 했을 것 같아요.”

회사의 모토는 ‘금융을 온라인화하고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직원 1000명은 오프라인 현황을 조사해 온라인화하고, 금리 비교 등 경쟁 유발 아이템 발굴에 집중한다. 그는 “고객 삶에서 작지만 많은 변화를 만들겠다. 새로운 도전을 해결하며 성장하는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재밌다”고 했다.

치과 의사의 안정적인 삶을 포기한 데 어떤 후회도 없다고도 했다. “삼성의료원 등에서 솜씨 좋은 치과의사로 1년 근무했지만 현재 일에서 더 큰 목적과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