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올봄 상승장까진 아무 주식이나 사도 쉽게 돈을 벌었죠. 하지만 이젠 난이도가 높아졌어요. 선수들만 수익 내는 장으로 바뀌고 있어요.”
20년 차 베테랑 펀드매니저인 이건규 르네상스운용 대표는 “앞으로 어떤 종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성장 기대감이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기업을 발굴해야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3년 VIP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합류해 16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했다. 지난 2019년 독립해 운용사를 차렸다.
출범 당시 만든 다빈치1호 펀드는 누적 수익률이 100%에 육박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일 기준 44.6%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2.1%)을 압도했다. 안정적인 성과를 꾸준히 올리면서 최근엔 기관 투자자 자금 380억원도 유치했다.
그는 국내 가치 성장주 20~30개를 골라 담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HMM(옛 현대상선), DB하이텍 등 경기 민감주가 효자 종목이었다. 모두 두 배 이상 수익을 내고 팔았다.
매도 후에도 주가는 더 상승했는데 (일찍 팔아서) 아쉽지 않냐고 묻자, 그는 “최저점에서 사서 최고점에서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큰 시세를 준 종목은 매도 후 상당 기간 지켜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치와 성장을 조합한 투자에 주목한다. 전통적인 가치 투자가 기본 방식이지만, 여기에 시장의 오해를 이용하는 역발상 투자를 가미한다.
“역발상 투자는 기업이나 업종에 변화가 생길 텐데 지금 당장은 시장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을 사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단순히 시장에서 인기 없는 소외주를 사는 역투자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가치주라고 해도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확실한 시그널이 왔을 때 잡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수수료를 아끼려면 매매 회전율이 낮은 것이 유리하지만, 절대적인 선은 아니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중소형주 재평가 시기에는 주가가 오르면서 매매가 잦아지지만, 수익률은 오히려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분출하면서 최근 각광받은 여행이나 면세점, 저가 항공 등은 전망이 어떨까. 그는 가격 인상 여부가 중요하다고 했다. 가격 인상에 성공하는 업체들의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여행주는 최근에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이 부담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여행 수요가 늘면 예전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여행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선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국민주(株)가 된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약간 불안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하반기에 이재용 부회장 사면, 인수합병(M&A)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만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D램, 4분기를 기점으로 낸드의 글로벌 생산 물량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글로벌 서버 업체들의 투자 둔화 가능성도 있어 지금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했다.
산업 자체가 쑥쑥 성장할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핵심이었다. 그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은 미래의 메가 트렌드이고 앞으로도 수요가 증가할 것이 확실하다”면서 “어느 누가 봐도 성장할 것이 확실한 카테고리에 자금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