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초이자 최대의 공모주 청약이 몰릴 여름이다.” (증권사 임원 A씨)

여의도 증권가의 증권사마다 기업공개(IPO) 담당 부서는 뜨거운 여름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7~8월에만 약 11조원 규모의 공모주 청약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상 공모주 시장은 1년에 4조원 정도만 되어도 풍년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7~8월에만 11조원대 공모 청약이 집중되면서 역대급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7-8월 등장하는 공모주

조인직 미래에셋증권 IPO팀 이사는 “공모주는 보통 추석 이후에 가장 많은 청약이 몰리곤 하는데 올해는 여름에 초대형 공모주 장터가 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년에 비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코스피 상장 종목들이 특히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일명 ‘불타는 공모주'의 여름 기대

SK바이오사이언스, SK IET 등 초대어들이 잇따라 데뷔한 올해 공모주 시장은 규모 면에서 이미 신기록 달성에 다가서 있는 상태다.

14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올해 신규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25조4874억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한 해 새로 상장한 기업들의 연말 시총(23조6300억원)을 압도한다. 삼성SDS, 삼성물산과 같이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이 많이 상장했던 2014년 연말 시총 기록(48조2800억원) 이후 최대치다.

특히 올여름 공모주 시장은 예년에 비해 더 뜨겁게 타오를 전망이다. 오는 10월 상장 예정인 전기차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 규모만 10조원에 달하는 초대어로 시중 자금 블랙홀이 예상된다”며 “예비 상장사들은 그 전인 7~8월에 공모 일정을 끝내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상장 계획을 밝혔던 현대중공업은 3월에 바로 상장 주관사를 정했고, 오는 8월 상장 목표로 일사천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얼마 전 마무리된 해외 기업설명회(NDR)에서도 경기 민감 주로 부각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조(兆) 단위 헤비급 주자는 아니지만, 알짜 강소 기업들의 여름 데뷔도 눈길을 끈다. 방독면·방역복, 보건 마스크 등을 만드는 50년 장수기업인 한컴라이프케어, 칼라강판 특수로 이익이 급증하고 있는 아주스틸 등이 대표적이다.

한글과컴퓨터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에서 만든 황사방역용마스크.

◇중복 청약 금지로 치열한 눈치 싸움 예상

오는 20일부터 개인 투자자들이 더 많은 공모주를 받기 위해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어 신청하는 중복 청약이 금지되는 것도 여름 공모주 시장의 관전 포인트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공모주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공모주 투자 전문가 박현욱(필명 슈엔슈)씨는 “가족 계좌를 활용하지 못했던 1인 투자자들은 중복 청약 금지로 훨씬 유리해졌다”면서 “여러 증권사에 청약을 넣지 못하니 경쟁률은 낮아질 테지만 그 대신 막판 눈치 작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마지막까지 지켜보다가 경쟁률이 가장 낮은 증권사를 선택해 청약을 넣으려고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치열한 눈치 싸움에 자신이 없다면, 공모주 펀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공모주 펀드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2.8%에 달한다. 청약 제도 변경을 앞두고 자금 유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1943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운용사들도 공모주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신개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리코자산운용은 공모주 투자의 안정성을 한층 높인 손실 방어형 공모주 펀드를 새로 내놨다. 목표 수익률은 예금 이자의 3배 수준이다.

이상범 리코운용 대표는 “저금리 시기에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딱히 갈 곳이 없는 데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대어들이 나올 예정이어서 공모주 시장은 핫 서머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