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가장 재미없는 주식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9만원대에 살 때 곧 ‘10만 전자'가 된다고 했는데 ‘8만전자'가 이어지니 답답합니다.”

올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이런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장중 9만6800원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에는 8만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8만1000원)보다 주가가 더 내려간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최애' 종목이었던 삼성전자 주가가 주춤하면서 개인들의 전체적인 수익률도 부진했다. 본지가 올해 상반기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추정 수익률을 계산했더니 평균 -0.3%에 그쳤다. 10개 종목별로 지난 1~6월 평균 순매수 가격과 지난달 30일 종가를 비교해 추정 수익률을 구한 뒤, 이를 종목별 순매수 금액으로 가중 평균해 구한 값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올 상반기에 많이 순매수한 10개 종목의 추정 수익률 평균은 각각 6.3%, 5%로 개인보다 높았다.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수익률은 더 저조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추정 수익률은 -5.4%였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등은 제외하고 계산한 수치다. 결국 올 상반기 주식 투자 성적은 외국인>기관>동학개미>서학개미 순서가 됐다.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배신

개미들의 수익률이 저조했던 까닭은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순매수 1위였던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부진 때문이다. 상반기에 동학개미 순매수 1위(24조147억원 순매수)였던 삼성전자 보통주의 추정 수익률은 -3.2%였다. 개인 순매수 2위인 삼성전자 우선주(-2.2%)와 3위인 현대모비스(-5.3%)의 추정 수익률도 마이너스였다.

투자 주체별 상반기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추정 수익률

같은 기간 서학개미 순매수 1위(17억173만달러·약 1조9300억원)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추정 수익률은 -10.8%로 더 부진했다. 순매수 2위인 애플에선 2.7%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순매수 3위인 대만 반도체 업체 TSMC 수익률도 -6.9%에 그쳤다.

개미들의 패인은 지난해 높은 수익을 냈던 주식에 그대로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 투자에서 49.6%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4만25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연말에 8만10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해 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테슬라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164.3%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테슬라는 올해 1월 장중 9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지금은 작년 말 주가(705.67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에 맞는 투자가 중요

개미들과 달리 외국인은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이나 금리 상승 국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냈다. 외국인들 순매수 3위인 포스코는 경기 회복 수혜주로 꼽히며 상반기 추정 수익률이 19%였다. 또 금리 상승 수혜주인 금융주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몰렸다. 외국인 순매수 4위인 KB금융지주(14.3%), 5위인 신한지주(14.8%), 9위인 하나금융지주(21%) 등의 수익률이 높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수출에서 비롯된 튼튼한 펀더멘털이 증시를 뒷받침하겠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며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는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하는 화학·정유, 전기차·2차전지, 바이오 업종의 대표 기업에 압축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고 했다.

이미 삼성전자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어떻게 할까. 전문가들은 “계속 보유하면서 지켜보라”고 조언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은 “지지부진한 주가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손실을 보고 매도를 하기보다는 하반기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에 따른 모멘텀, 원가 경쟁력 등에 기반한 좋은 실적을 기대하면서 보유하기를 권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