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27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뒤 8월 5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카카오뱅크(카뱅)가 금융권에서 화제다. 카뱅의 공모희망가(3만3000~3만9000원)를 기준으로 산출한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18조53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금융 그룹 1·2위인 KB금융(22조7000억원)·신한금융(20조8000억원)보다 작지만, 하나금융(13조6200억원)·우리금융(8조3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카뱅 직원은 작년 말 기준 903명으로, 4대 은행 평균(1만4000명)의 6%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런 작은 인터넷 은행이 ‘공룡'급인 시중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높은 성장 가능성 외에도 IT(정보 기술) 기업 특유의 기술력과 민첩성을 비결로 꼽는다.
◇리눅스 도입으로 1000억원 절감
카뱅은 2017년 출범할 때 은행 입출금 등을 관리하는 핵심 전산 시스템에 리눅스(Linux) 운영 체제를 도입했다. 은행권에선 처음이었다. 리눅스는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오픈 소스(프로그램 설계도)로 다른 운영체제보다 설치 비용이 30% 이상 저렴하면서도 처리 속도가 훨씬 빠른 게 장점이다.
하지만 시스템 정착에 6~7년 걸리기 때문에 임기가 3년 남짓인 기존 시중은행장들로선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작업이었다. 지금도 입출금 관리 시스템에 리눅스를 도입한 은행은 없다. 카뱅은 리눅스 도입으로 1000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정한다.
카뱅은 이렇게 줄인 비용을 고객 서비스 개선에 투자했다. 1330억원을 들여 4년간(2017~2020년) 전국 모든 은행·편의점 ATM(현금지급기) 이용 수수료를 무료화했다. 전 ATM 수수료 무료화는 전 금융권 중 카뱅이 유일했다.
◇기술 인력이 40%인 기술 회사
카뱅은 현재 기술 인력이 400명가량으로 전체 임직원의 40%에 달한다. 8%대인 다른 국내 은행들의 5배에 달한다. 다른 은행에는 없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책도 있다. 윤호영 카뱅 대표는 “신규 기술직 채용 시험은 기존 기술자들 앞에서 오픈 소스를 활용한 프로그램 작성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나이·학벌 등은 영향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 기술 인력들이 공들인 성과가 모바일 앱의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뱅 앱의 월간 이용자(MAU)는 작년 12월 1090만명으로 모든 은행 앱 가운데 1위였다. 토스(1053만명), KB국민은행(946만명) 등 경쟁 금융사는 물론 넷플릭스(918만명) 같은 인기 앱보다도 이용자가 많았다.
카뱅은 이용자 증가로 수익이 개선되면서 출범 3년 만인 작년 흑자(영업익 1225억원)로 전환했고, 지난 1분기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익(46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는 ‘디지털 공격자 은행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보고서에서 카뱅을 기존 은행 자리를 위협할 사례로 들었다.
◇작지만 빠른 ‘곤충 전략’으로 높은 수익성
카뱅은 작지만 빠른 곤충 전략으로 덩치가 훨씬 큰 기존 은행들과 경쟁 중이다. 곤충 전략은 생존력 강한 일본 장수 기업들의 경영 방식이다. 작은 만큼 일 처리는 빠르다. 카뱅 관계자는 “프로젝트별로 팀들이 빠르게 구성됐다가 업무가 완료되면 흩어지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직원 한 명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카뱅이 2억3000만원으로 4대 은행 평균(2억1000만원)보다 2000만원 높았다. 은행의 대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카뱅(1.7%)이 4대 은행 평균(1.4%)을 웃돌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거품' 지적도 나온다. 작년 순익(1136억원)과 희망 공모가 상단을 적용한 카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6배로 은행 업종 평균(5배)을 3배나 웃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희망 공모가의 두 배 이상으로 거래되는) 장외 가격은 신기루에 가까워 보인다”며 “현재까지 봤을 때 카뱅은 기존 은행의 소매(리테일) 업무 일부만 영위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