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한 회사를 다니다 지난해 퇴직한 A씨(55)는 올해 주택연금에 가입해 110만원씩 연금을 받고 있다. 퇴직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그는 이 돈으로 생활하기가 빠듯하다. A씨는 “차라리 국민연금을 받는 64세 이후에 주택연금을 받는 금액이 적어지더라도 그 전까진 좀 더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가 바라는 것처럼 주택연금 가입자가 연금 수령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주택연금 상품이 새롭게 나온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이르면 이달 중 ‘감소형’과 ‘증가형’ 주택연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현재 주택연금은 매월 같은 금액을 받는 ‘정액형'과 초기 10년간 많이 받고 이후엔 30% 적게 받는 ‘전후후박형’ 2가지 방식만 있었는데 선택지가 확대된다.

◇집값 9억원 이하, 만 55세 이상이면 가입 가능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 금액을 평생 연금처럼 수령하도록 국가가 보증하는 상품이다. 2007년 7월 출시됐고, 매년 1만 가구 이상이 새로 가입하는 등 집이 있는 노년층의 은퇴 후 소득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택연금은 연령, 주택 유형, 주택 가격 요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연령은 부부 중 적어도 1명이 만 55세 이상, 주택 유형은 아파트·연립·다가구·단독 등 주택이거나 노인 복지 주택 또는 주거용 오피스텔이면 된다.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주민등록이 돼 있고, 부엌 등 주거 시설을 갖췄으면서 실제 그곳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주택 가격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면 된다.

주택연금은 가입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매월 수령하는 연금액이 더 많아진다. 예컨대 3억원짜리 아파트로 종신지급방식(정액형)을 선택하면 60세에 가입한 사람은 매달 63만원, 70세 가입자는 92만원, 80세는 143만원을 부부 모두 세상을 뜰 때까지 지급한다.

◇감소형·증가형 이르면 7월 중 출시

그동안 주택연금 수령 방식이 경직적이다 보니, 가입자의 사정에 따른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가입 초기 일정 기간 연금을 많이 받고 이후엔 시간이 갈수록 수령액이 줄어드는 ‘감소형’, 초반 지급액은 낮지만 3년마다 일정 비율씩 월 수령액이 늘어나는 ‘증가형’을 주금공이 출시하기로 했다.

‘감소형’은 퇴직 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 수입이 단절되는 이른바 ‘연금 절벽' 시기에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금을 더 많이 받는 기간은 3년·5년·7년·10년 중 선택할 수 있고, 많이 받는 기간이 짧을수록 수령액은 늘어난다.

반대로 ‘증가형’은 수급 초기 지급액이 낮지만, 3년마다 일정 비율씩 월 지급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물가가 많이 올라 구매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가입자들을 위해 설계됐다.

주금공은 또 ‘우대형 주택연금'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대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일반 주택연금보다 월 수령액을 최대 20% 더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택이 1억5000만원 미만 1채일 때 가입이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전체 주택연금 취급 건수 중 13.7%를 차지하는데,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취약 계층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주택연금 우대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신탁 방식 주택연금, 압류방지 통장도 도입

지난 달 9일 주금공은 ‘신탁 방식 주택연금’과 압류 방지 통장인 ‘주택연금 지킴이 통장’도 출시했다. 신탁 방식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에게 주택연금이 자동 승계돼 안정적인 연금 수령이 가능하고, 집의 일부를 남에게 전세로 빌려준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신탁 방식 주택연금을 이용하면 상속 분쟁 등으로 자녀와의 갈등이 있어도 배우자가 안정적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주택 일부에 보증금 있는 임대가 있는 경우에도 연금 가입이 가능하며, 빈 방이 있는 경우 세를 놓을 수 있어 추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입 및 승계 시 담보 제공을 위해 가입자가 부담하는 등록면허세 등의 비용도 기존 근저당권 방식 대비 크게 줄어든다.

‘주택연금 지킴이 통장’은 주택연금 월 지급금 중 최저생계비인 185만원 이하 금액은 압류하지 못하도록 한 압류 방지 통장이다. 노후에 개인 파산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주택연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